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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당 北에 300만원 보내야"… 이산가족 상봉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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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 가족당 北에 300만원 보내야"… 이산가족 상봉 가능할까

입력
2023.02.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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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협회, 北 5만명 생사확인 추진
북측 비용 필요…정부에 일부 요청 검토
정부 "300만원 안에서 비용 지원 가능"
하지만 핵·미사일 전용 우려해 '부정적'

2018년 8월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 할머니가 북측 아들 리상철씨와 만나 오열하고 있다. 금강산=뉴스통신취재단

2018년 8월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 할머니가 북측 아들 리상철씨와 만나 오열하고 있다. 금강산=뉴스통신취재단

북한에 거주하는 이산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는 비용이 한 가족당 3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체제 특성상 남한의 혈육을 만나기에 앞서 생존 여부를 당국이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행정 수수료 명목으로 적지 않은 돈이 드는 셈이다.

5년째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의 물꼬를 트겠다며 10일 통일부에 방북을 신청한 민간단체는 300만 원 가운데 250만 원가량을 정부지원금으로 충당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북한으로 보낸 현금이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되는 점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어 실제 성사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치·군사 상황 악화해도 교류 이어지려면 민간이 주도해야"

15일 한국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사단법인 남북이산가족협회는 향후 2, 3년 안에 북측 이산가족 약 5만 명의 생사를 확인해 남한의 가족에게 알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남북 당국이 주도하던 것과 달리 민간단체가 앞장서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이다. 민간이 나서야 정치·군사적 긴장이 고조돼도 이산가족 상봉이 지속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협회는 또 북중 접경지역에서 남북 이산가족의 실제 상봉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북한의 관련 단체로부터 초청장도 받았다. 이에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게 초청장 수신 경위 등을 공문으로 보내 상봉 행사 진행을 위한 방북을 요청한 상태다.

문제는 '돈'이다. 사업 성사를 위해 북측에 최소 비용은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인민보안성이나 각 지역 공무원이 집집마다 방문해 남한에 가족이 있는 주민이 살아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 때문에 수수료를 보내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 첫 단계인 생사확인 요청에서부터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협회는 판단하고 있다.

2018년 8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순규(85) 할머니가 60여 년 만에 북측 남편 오인세(83)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 수줍게 웃고 있다. 금강산=연합뉴스

2018년 8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순규(85) 할머니가 60여 년 만에 북측 남편 오인세(83)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 수줍게 웃고 있다. 금강산=연합뉴스

협회가 추산한 생사확인 수수료는 한 가족에 300만 원이다. 5인 가족 기준으로 북한 거주 이산가족 5만 명에 대입하면 3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가족당 2,000달러(약 250만 원)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계획이다.

'남북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촉진법'에 따르면 통일부 장관은 이산가족 단체에 사업·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다. 따라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통일부는 "북한 가족의 생사를 처음 확인할 때는 심사를 거쳐 300만 원 안에서 경비를 지급해왔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상봉 행사 때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관련 경비를 지원해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8월 이산가족 상봉 때도 행사 진행과 시설 보수에 필요한 비용 32억 원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충당했다.

하지만 정부가 선뜻 응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북한이 이 돈을 군사적으로 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9월 이산가족 상봉을 정식 제안했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가타부타 반응이 없다. 당국 간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민간단체의 금전 지원 요청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는 쉽지 않다.

통일부는 방북 신청을 접수하면 7일 안에 승인 여부를 답해야 한다. 다만 방북 초청장을 보낸 북측 기관의 신뢰도 등을 평가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좀더 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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