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 인터뷰
초거대 AI에 의료 영상 판독문 초안 써주는 AI 개발
흉부 엑스레이 시작…영상 판독의 도움 줄 것
“13년 걸리는 신약 개발도 1, 2년으로 단축”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엑스레이를 판독해 의심 질환을 찾아주는 생성 AI의 데모 버전을 올 상반기 중 출시한다. 스스로 정보를 검색해 최적의 답을 제시하는 오픈AI의 챗GPT처럼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엑스레이 사진을 입력하면 판독문의 초안을 작성해주는 AI 모델이다. 의료 분야에서 이런 방식의 생성 AI 기술을 접목한 것은 카카오브레인이 처음이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는 17일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브레인 사옥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의료 분야는 AI를 통해 혁신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라며 "AI에 학습시킬 의료 데이터가 풍부하고 의사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 뚜렷해 사업화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카카오브레인은 AI 영상 분석 서비스와 신약 개발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학 병원에서 영상의학과 의사가 부족해 촬영 영상의 70~80%를 외주 분석 업체에 맡긴다는 말을 들었다"며 "환자들이 병원에서 사진을 찍고 새로 예약을 잡고 판독 결과까지 길면 2주에서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사 부족해 사진 판독에 일주일 이상 걸리기도
카카오브레인은 이미 한국어 특화 AI 언어 생성 모델인 '코GPT'와 이미지 생성 AI 모델인 '칼로'를 만들었다. 초안 판독문 작성 AI 역시 이 회사의 초거대 AI를 바탕으로 탄상했다.
핵심 개발 기술은 칼로와 비슷하다. 칼로가 텍스트를 이미지로 만들었다면 이 의료용 AI는 반대로 이미지(엑스레이 사진)를 텍스트(판독문 초안)로 바꾼다. 카카오브레인은 엑스레이 사진과 의사가 직접 쓴 판독문을 초거대 AI에 공부시켰다.
물론 사람 건강을 다루는 의료 정보인 만큼 다른 생성AI와 달리 정확도 확보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AI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면 환자에게 맞지 않는 의료적 판단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판독문의 초안만 내놓고 최종안은 의사가 입력하게 설계했다. 또 초기엔 흉부 엑스레이 사진으로 대상을 제한했다.
김 대표는 "흉부 엑스레이는 다양한 질환을 살펴볼 수 있다"며 "전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과 비교해 비록 작은 오류가 나오더라도 상대적으로 의사들이 수정 보완하기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정확도를 높여 CT, MRI로 대상을 확대하려 한다"며 "병원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 데이터도 접목해 이 환자가 어떤 검진을 받으면 좋을지 제안해주는 AI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더 많은 환자 데이터가 필요하다. 카카오브레인은 이화의료원, 아주대병원 등 총 9개 대학병원과 공동 연구 계약을 맺었다. 병원에서는 개인정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카카오브레인과 환자 데이터를 익명화 처리했다. 김 대표는 "기존 논문이나 경쟁사 사례를 봐도 우리가 확보한 데이터 양이 열 배 이상"이라며 "지난해 영상 판독의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봤는데 돈을 내고도 쓰겠다는 반응이 대다수일 정도로 평가가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카카오브레인의 중장기 목표는 환자의 영상 기록을 살펴 예상 질환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예후를 예측하거나 파생될 수 있는 잠재 질환까지 의사에게 조언해주는 '보조 의사 AI'를 개발하겠다는 것.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선 의료 분야에 대한 규제 장벽이 높다. 이에 카카오브레인은 일단 해외 시장부터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선 의료기기 관련 솔루션을 출시할 때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 기관의 심의를 받아야해서 서비스 출시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아직 경쟁 서비스가 없는 만큼 판독 관련 규제가 많지 않은 해외 일부 국가에서 먼저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호주나 유럽에선 판독의가 국내 대비 턱없이 부족해 관련 수요가 큰 상황"이라며 "해외에서 기술력과 효과를 인정받아 의료 분야에 혁신을 가져오게 되면 국내서도 자연스럽게 규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수만개 후보 물질 실험하는 신약 개발
카카오브레인은 신약을 만드는 데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신약 개발 업체를 갔더니 5만 개의 후보군을 만들어 실험실에서 일일이 반응을 테스트해 추리고 있었다"며 "AI를 활용하면 모두 실험하지 않고도 특정 물질이 질환에 반응을 하는지 예측해주고 부작용도 따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해 일반적으로 13년 정도 걸리는 신약 개발을 1, 2년으로 줄이고, 조 단위가 들어가는 비용을 수백억 원 수준으로 아낀다는 목표다.
이 회사는 지난해 AI 신약 개발사 '갤럭스'에 50억 원을 투자했다. 5년 동안 공동으로 AI 기반 신약 설계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올해는 이미 특정 암세포에 효과가 검증된 항암제를 바탕으로 테스트를 거쳐 AI의 정확도를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이 과정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낸 이후 제약사에 실제 신약 과정에 투입할 수 있는 플랫폼을 납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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