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집행 시스템 개선방안' 발표
조사-정책 혼재, 사건 처리 지연
尹 "공정위는 준사법기관" 반영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부서와 정책 부서를 분리하는 33년 만의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조사 업무에 힘이 실린 공정위는 '경제 검찰'로서의 역할을 키울 전망이다. 불법 행위에 엄정 대응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 방침에 발맞춘 조치로 풀이된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법 집행 시스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조사-정책 분리는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위 업무보고를 받은 후 내린 주요 지시 사항이었다.
공정위는 독과점·불공정 거래 사건 조사, 경쟁 촉진·소비자 및 중소기업 보호 등 정책 업무를 동시에 하는 부처다. 이에 더해 조사 사건을 두고 판결을 내리는 위원회는 심판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공정위 사무처장 산하에 있는 9개 국은 조사와 정책 업무를 함께 수행한다. 조직 개편을 완료하면 사무처장은 정책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신설하는 조사관리관은 사무처장처럼 1급으로 조사 업무만 따로 지휘한다.
공정위는 조사-정책 업무를 떼면 고질적 조사 지연 문제를 풀고, 해당 업무를 맡은 공무원의 전문성도 키울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시장지배력 남용, 담합 사건의 경우 각각 9, 13개월 이내에 처리한다는 게 공정위 목표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동안 조사와 정책 업무가 혼재돼 있어 당장 현안이 된 정책 사안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뺏기는 경우가 자주 생겼다"며 "조사와 정책이 분리되면 오롯이 사건 조사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조사와 심판 부서 사이의 인사이동 제한 등 해당 업무 간 칸막이도 높일 계획이다. 법조계로 치면 검찰(조사)과 법원(심판)이 한 조직에 묶여 있는 공정위 특성 탓에, 심판자가 사건 조사에 개입할 여지를 축소한다는 목표다.
정책으론 기업 규제를 풀고, 조사는 강화한다는 게 이번 조직 개편의 의도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기준 완화 등 정책 방향을 친기업적으로 전환했다.
시장경제 질서를 해치는 독과점 등 위법 행위에 대한 공정위 감시는 조직 개편을 토대로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도 "공정위는 경제 부처가 아니라 준사법기관"이라면서 경제 검찰로서의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정책보다 많은 인력을 조사 업무에 투입하겠다는 공정위 방침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는 법 집행기관으로서 공정거래법의 엄정한 법 집행에 관해 사법적 기능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 발언은 이런 부분을 충실하게 수행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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