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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년 새 월세 20만 원 올라, 다 그만두고파"... 대학생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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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년 새 월세 20만 원 올라, 다 그만두고파"... 대학생 신음

입력
2023.02.17 04:30
수정
2023.02.17 10: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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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가 월세 1년 새 급등
월세 대신 관리비 2배 올려 받는 꼼수도
고금리에 전세사기 여파, 대면수업까지

15일 이대역 인근 부동산 게시판에 월세 100만 원짜리 매물들이 걸려 있다. 서현정 기자

15일 이대역 인근 부동산 게시판에 월세 100만 원짜리 매물들이 걸려 있다. 서현정 기자

이화여대 4학년 이모(24)씨는 치솟은 월셋값을 충당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주 5일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연말에 새로 계약한 방은 보증금 1,000만 원에 매달 95만 원을 내야 한다. 전에 살던 방이 월 74만 원이었으니 20만 원을 더 내는 셈이다. "이전엔 부모님이 전부 내줬는데 이젠 죄송해서 제가 절반 정도 부담해요. 일하느라 공부할 시간도 잘 시간도 부족해서 다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에요."

3월 개학을 앞두고 월셋방을 찾는 대학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세 수요가 월세로 몰리면서 값이 크게 오른 탓이다. 대학가 월세시장에선 집주인이 '갑'이라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월세 100만 원이 대다수... 평균 17만 원 올라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 그래픽=신동준 기자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 그래픽=신동준 기자

15일 찾은 서울 이대역 인근 부동산 매물 게시판엔 세 자릿수 월세가 빼곡했다. '1.5룸 오피스텔 500(보증금)/165(월세)', '1,000/101~130' 등 100만 원이 넘는 월세가 대부분이었다. 역 근처 A오피스텔 1층의 부동산에 들어서자 "이 건물 월세는 1월에 다 나가고 없다"며 "지금은 100만 원 이상 매물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대역 인근 '신촌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은 1월 16일 전용면적 26㎡가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95만 원에 계약됐다.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10만 원이 올랐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집계한 지난해 11월 이화여대 대학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월세 평균은 69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51만7,000원) 대비 약 17만 원 올랐다. 한양대, 경희대 인근 월세는 10만 원가량 올랐다.

대학가 월셋값이 치솟는 건 월세로 수요가 그만큼 쏠렸기 때문이다. 서대문구에서 20년간 부동산을 운영한 이선용씨는 "금리가 올라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큰 데다 요즘 전세사기 우려로 보증금이 낮은 월세를 찾는다"면서 "게다가 지난해부터 대면 수업이 늘면서 학생들도 많아져 집주인이 값을 올린다"고 전했다.

기숙사 수용률 23%... '월 30만 원' KTX통학도

이대역 인근에 신축 오피스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서현정 기자

이대역 인근에 신축 오피스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서현정 기자

높은 월세를 피할 수 있는 건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는 방법뿐이지만 쉽지 않다. 대학알리미가 공개한 지난해 전국 기숙사 수용률은 23.8%. 기숙사 당첨에서 떨어지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1월 기숙사 당첨에서 떨어진 뒤 급한 마음에 가계약부터 걸고 부동산에 매물을 보러 온 손모(19)씨는 한숨을 쉬었다. "기숙사는 한 달에 40만 원꼴로 내면 됐는데 이제 80만 원 정도 내야 할 것 같아요."

지방 본가에서 통학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충남에 사는 김모(20)씨가 그렇다. "KTX 정기권을 끊으면 한 달에 30만 원 정도 들더라고요. 비싼 월세 내는 것보다 차라리 몸이 고생하는 게 낫다 싶어요."

'법 사각지대' 관리비 올리는 꼼수도

서울 동작구의 한 대학가 담벼락에 원룸, 하숙을 알리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동작구의 한 대학가 담벼락에 원룸, 하숙을 알리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 와중에 관리비를 확 올리는 집주인도 있다. 서대문구 창천동에 사는 장모(22)씨는 집주인으로부터 관리비를 1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통보받았다. 2년 전 코로나19 유행 당시 "공실이 많아 싸게 해 주겠다"는 말에 18㎡짜리 원룸을 월세 43만 원에 계약하고 달마다 총 60만 원가량 냈는데, 단번에 75만 원을 내게 생긴 것이다.

장씨는 결국 그 집을 나왔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집주인이 관리비를 올려 법적 상담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면서도 "관리비 인상은 집주인을 제어할 법적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가 떨어져 전세대출 이자보다 월세를 내는 게 훨씬 비싸다고 느낄 때까지 월셋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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