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2년, 미얀마에 가다]
③봄의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한국서 일해 월급 대부분 보내는 아웅민
블랙리스트 오른 감독 "백번이고 알릴 것"
편집자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로 합법적인 민주 정부를 무너뜨린 지 2년이 지났습니다. 미얀마인들은 총을 들고 싸웁니다. 피와 눈물로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미얀마인들은 과거의 우리와 닮았습니다. 한국일보는 한국 언론 중 처음으로 남동부 카렌주의 가장 깊숙한 곳에 들어가 군부와 싸우는 시민방위군(PDF)과 버마학생민주전선(ABSDF) 학생군의 민주주의 수호 전쟁을 취재했습니다.
2018년부터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는 아웅민(36)은 매달 200만 원을 미얀마 시민단체에 후원한다. 생활비를 제외한 월급 대부분을 보내지만, 민주주의를 되찾는 데 쓰인다면 전혀 아깝지 않다고 했다. “마음 같아선 시민군, 학생군과 미얀마에서 싸우고 싶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그럴 수 없네요. 미얀마에 봄이 오는 날까지 멀리서라도 함께할 겁니다.”
미얀마 안팎에선 아웅민처럼 ‘자유와 평화가 흐르는 고국’을 꿈꾸는 사람들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연대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시들어 갈수록 이들은 서로의 손을 더 꼭 잡는다.
5일 태국 치앙마이에서 만난 윈토레이(40) KTJ서포팅그룹 대표 역시 “꼭 총을 들어야만 싸우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KTJ서포팅그룹은 미얀마연방민주주의승리연합(MFDMC) 등 시민단체와 함께 미얀마인들을 돕기 위한 자금을 모으고 전달하는 후원 단체로, 윈토레이 대표 역시 태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얀마인이다.
KTJ서포팅그룹은 2015년 100명 가까이 숨진 대홍수로 고통받는 미얀마인들을 돕기 위해 출범했다가 2021년 쿠데타 이후 미얀마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시민방위군(PDF), 난민 지원으로 노선을 틀었다. 무장 투쟁 단체까지 지원한다는 게 미얀마 접경지대에 상주하며 난민을 돕는 비정부기구(NGO)와의 차이점이다.
이들은 이달 1일 태국 매솟의 난민 학교에 11만 바트(약 410만 원)를 기부하는 등 매달 5, 6군데의 기관에 후원금을 보낸다. 지난 2년간 현금 5억 미얀마 짯(약 3억 원)과 쌀, 기름 등 식량 2억 짯(1억2,200만 원)어치를 후원했다.
후원금은 한국을 비롯해 태국, 말레이시아, 일본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미얀마 이주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십시일반 모은다. 미얀마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나라들이다. 태국 체류 미얀마인은 230만 명이고, 한국엔 3만 명이 있다. 윈토레이 대표는 “혁명이 성공한 뒤에도 나라를 재건하는 데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한 만큼 나라 밖에서도 후원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한국인들이 미얀마 상황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예술인들도 나섰다. 유명 코미디언 출신 미얀마 영화 감독인 세인디(50)와 아웅떠(45)는 최근 ‘오직 자유로울 때 회향(廻向·불교에서 자신의 공덕을 남에게 베풀어 깨닫도록 함)할 것이다(WE WILL SHARE THE MERIT, ONLY AFTER WE ARE FREE)’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공개했다.
휴대폰과 DSLR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는 미얀마 산악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군과 군부 폭격으로 집을 잃고 떠돌아다니는 난민 등의 애환을 담았다. 한국과 미국, 일본, 캐나다, 말레이시아, 태국의 소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티켓 값은 모두 기부한다. 군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세인디 감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예술밖에 없다”면서 “예술로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백 번이고 미얀마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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