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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 출근하라고?"...재택근무 종료에 미국은 '노사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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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 출근하라고?"...재택근무 종료에 미국은 '노사 갈등'

입력
2023.02.18 04:30
수정
2023.02.18 11:4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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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 속속 '사무실 복귀' 추진
디즈니사 직원 2300명 "반대" 청원도
"고용 주도권 잡은 사측이 유리" 지적

미국 뉴욕의 지하철 내부 모습. 많은 뉴욕 시민들은 출퇴근 때 지하철을 이용한다. 뉴욕=EPA 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지하철 내부 모습. 많은 뉴욕 시민들은 출퇴근 때 지하철을 이용한다. 뉴욕=EPA 연합뉴스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회사 지시에 "재택근무를 유지해 달라"는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재택근무 활성화에 앞장섰던 미국 대기업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노사갈등'의 풍경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사측은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해선 대면 업무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는 반면, 어느덧 재택 및 원격 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은 '효율성만 떨어진다'며 맞서고 있다.

"사무실 복귀' 지침에 디즈니 직원 '집단 반발'

글로벌 콘텐츠 기업 월트디즈니가 대표적 사례다. 1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디즈니 직원 2,300여 명은 최근 사측에 "사무실 복귀 지침을 재고해 달라"는 청원을 냈다. ABC방송과 영화사인 '20세기폭스 스튜디오', 마블 등 디즈니 계열사 직원들도 동참했다. 올해 초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3월부터 일주일에 나흘은 사무실에서 근무해야 한다"고 지시한 데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선 셈이다. 당시 아이거는 "창의성이 핵심인 콘텐츠 비즈니스를 위해 직원들은 사무실로 나와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일주일에 하루는 재택근무가 허용된다. 그러나 직원들은 '사실상 재택근무 시대는 끝났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면서 "사무실 복귀 지침이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크게 떨어트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2, 3년을 거치며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오가는 업무 방식에 익숙해진 데다, 이번 지시가 유능한 직원들의 이탈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 상태다.

'회사의 인식 개선' 요구도 청원서에 담겼다. 직원들은 "전 세계 동료들과 거래처, 고객들이 다른 지역에서 같은 일을 하는 동안, 주 4일씩 사무실에 나와 줌(Zoom·화상 회의 플랫폼)을 하는 건 핵심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 한다"며 "함께 있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밥 아이거 월트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올해 초 아이거가 직원들에게 "3월부터는 주 4일씩 사무실로 출근해야 한다"고 지시하자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AP 연합뉴스

밥 아이거 월트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올해 초 아이거가 직원들에게 "3월부터는 주 4일씩 사무실로 출근해야 한다"고 지시하자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AP 연합뉴스


"'재택근무=생산성 저하' 논리 말 안 돼" 지적도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는 미국 기업들은 적지 않다. 지난달 미국 스타벅스는 "팀과 노력을 통합시키기 위한 조치"라며 일주일에 3일은 본사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지난해 트위터 인수 후 직원들에게 "사무실에 출근해 매주 최소 40시간 근무해야 한다"라고 했다. 사실상 재택근무를 없앤 것이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이달 초 미국 주요 도시 10곳의 사무실 이용률(50.4%)은 3년 만에 50%를 넘겼다. '사무실 내 협업 등으로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돌발 변수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논리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컨설팅 업체인 DAE의 글렙 치퍼스키 대표는 이날 경제잡지 포춘에 "미국의 생산성은 기업 사무실이 본격적으로 문을 닫은 2020년 2분기부터 급증했다"며 "원격 근무가 생산성 저하로 이어졌다는 논리는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재택근무의 업무 효율이 더 높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직원들의 저항은 그리 오래가진 못할 공산이 크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미국 기업이 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서고 있는 탓이다. WP는 "작업 방식을 둘러싼 노사 간 줄다리기는 코로나 대유행 내내 이어져 왔지만, 최근 대규모 감원 칼바람에 고용주들이 주도권을 잡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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