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2월 그린북... "우려 확대"서 수위↑
이미 작년 4분기 GDP, 전기 대비 '역성장'
"고물가 여전... 수출 부진·기업 위축 지속"
코로나19의 기승이 한풀 꺾이며 회복하는 듯했던 한국 경제가 다시 내리막길을 눈앞에 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곧 “우려된다”는 경고만 되풀이하던 정부가 결국 “경기 둔화가 시작됐다”는 진단을 공식화했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다.
정부가 ‘경기 둔화’를 현실로 인정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진정세로 접어든 뒤 처음이다. 지난해 6월 그린북을 통해 ‘경기 둔화 우려’를 처음 거론한 정부는 이후 반년 넘게 비슷한 평가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 지난달 “우려가 확대됐다”는 언급으로 수위 조정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고, 사실상 예고대로 이달 평가에서 ‘우려’ 표현을 제거했다. 더불어 ‘수출 감소’와 ‘경제 심리 부진’ 등 평가 근거의 수위도 ‘수출 부진’과 ‘기업 심리 위축’으로 한 단계씩 올렸다.
경제 성장의 감속(slowdown)을 가리키는 둔화는 통상 불황(depression)의 초입으로 여겨진다. 추세상 속도가 죽은 뒤에는 전년 대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꺾이는 경기 하강(downturn)이 이어지기 십상이다. 한국의 경우 2분기 연속 이런 역성장이 지속되면 경기 침체(recession)로 간주한다.
사실 둔화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4분기 실질 GDP가 전기 대비 0.4% 감소(속보치)했기 때문이다.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의 후퇴다. 기재부 관계자는 본보에 “경기에 가해진 충격의 크기가 소화 가능한 정도라면 반등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국면 판단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바뀐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인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체 성장률 전망치가 1%대인 만큼 정부의 ‘상저하고’ 예상대로라면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능한 사건은 아니다.
실제 전년 대비 수출량이 마이너스인 것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다. 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6.6%나 줄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45%), 지역별로는 중국(-31%) 수출이 급감했다. 이 때문에 같은 달 무역적자가 월간 기준 역대 최대인 126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하반기 무역수지 회복의 관건은 중국ㆍ반도체 수출”이라고 말했다.
현시점에 기업은 비관적이다. 기업의 체감 경기를 보여 주는 전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지난달 실적치(69)와 전망치(68) 모두 전월보다 각각 5포인트, 2포인트 하락했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토대로 산출된 통계다.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물가는 내려올 줄 모른다. 인상된 전기요금 등이 반영되며 지난달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5.2%)은 오히려 전월(5.0%)보다 올라갔다. 내수 회복세도 아슬아슬하다. 지난해 12월 동절기 의류 판매 증가 등 덕에 1.4% 반등한 소매 판매가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액 감소 등 부정적 요인 때문에 지난달 다시 내려왔을 수 있고, 전년보다 3.7% 증가한 작년 12월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에 비해서는 0.2% 줄어 4개월 연속 감소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재부는 “확고한 물가 안정과 민생 부담 완화 기조하에 수출ㆍ투자 활력 제고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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