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엔진 점화 이후 보조로켓 점화 안 돼
"시스템이 이상 감지하고 중단한 것"
프로젝트 매니저 "죄송... 분하다" 눈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미쓰비시중공업이 9년 동안 2,000억 엔(약 1조9,000억 원)을 들여 야심 차게 개발한 신형 로켓 H3 1호기의 첫 발사 시도가 17일 불발됐다. 주엔진 점화 후 이상이 감지돼 보조로켓 점화 전에 발사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JAXA는 향후 정확한 원인을 분석해 문제를 해결한 뒤 다시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JAXA는 이날 오전 10시 37분 55초에 로켓을 쏘아 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엔진 점화 후 하얀 연기를 내뿜은 로켓은 카운트다운 종료 후에도 날아오르지 않았다. JAXA의 H3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고 있는 오카다 마사시 박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시스템이 어떤 이상을 감지하고 보조로켓 SRB-3에 점화 신호를 송출하지 않아 발사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SRB-3는 강한 추진력이 필요한 발사 초기에 사용되는 장치로, 발사 0.4초 전에 연소를 시작하고 1분 56초가 지나면 본체에서 분리되도록 설계됐다. 오카다 박사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르고, 규명 중”이라고 말했다. 또 “예비 발사 기간 중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혀, 다음달 10일까지 다음 발사를 시도할 수 있도록 해 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JAXA와 문부과학성은 “발사 전에 중단된 것이므로 실패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로켓에 실려 있던 지구 관측위성 ‘다이치 3호’에도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기업이 9년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개발한 신형 로켓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워낙 컸던 만큼 발사 중단에 따른 충격도 상당했다. 오카다 박사는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몇 초간 대답을 못 한 채 눈물을 보이다 “많은 분들이 기다렸는데 굉장히 죄송하고 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H3는 일본의 주력 대형 로켓인 H2A에 비해 발사 비용을 절반 수준인 50억 엔(약 480억 원)가량으로 줄이되, 추진력은 높여서 우주에 운반할 수 있는 중량을 1.3배 늘리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애초 2020년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새롭게 개발한 LE9 엔진에 진동 문제가 감지돼 두 차례 발사 일정을 연기했다.
이번 발사에 성공할 경우, 각국의 위성 발사 러시와 ‘아르테미스 계획’ 등으로 냉전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우주 개발 산업에서 H3는 ‘일본 대표 로켓’으로 활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첫 시도가 무산되면서 일본이 추진해 온 위성 발사 수주 사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교도통신은 분석했다.
앞서 소형 로켓인 입실론 6호기도 지난해 10월 발사에 실패한 바 있다. 일본의 주력 로켓 발사 실패는 19년 만에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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