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세안 회원국 가입 원칙적 합의
연간 250만 달러 운영비 납부 등 어려워
"중국 입김, 아세안 건전성 악영향 우려"
‘아시아 최빈국’ 동티모르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막내가 될 수 있을까. 10년 숙원이던 아세안 가입 허락은 받았지만, 열악한 국가 재정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회원국 자격 유지를 위한 비용 부담조차 쉽지 않은 탓이다. 아세안의 경제 도약에 부담이 될 거라며 흘겨보는 시선도 있다.
막대한 회원 유지 비용이 문제
19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동남아시아 10개국 연합체인 아세안은 지난해 말 동티모르를 11번째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원칙적’이라는 전제 조건이 달리긴 했지만, 동티모르에 대한 영향력이 큰 인도네시아가 올해 아세안 순회 의장국인 만큼 11월 정상회담에서 정식 회원국 승인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최근 “정회원 가입 로드맵이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만일 올해 가입이 확정된다면, 1999년 캄보디아 이후 24년 만에 아세안에 ‘신입생’이 탄생한다. 2011년 동티모르가 가입을 신청한 이후 12년 만이다.
그러나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요지는 “동티모르가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다. 아세안 회원국이 되면 ①사무국에 연간 250만 달러(32억5,000만 원) 수준의 운영비를 내야 한다. ②회원국이 매년 돌아가며 의장을 맡고 의장국에서 정상회담을 주최하는 만큼 국제회의를 개최할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 ③회원국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각국에 대사관을 설치하고 ④매년 1,000번이 넘는 아세안 관련 회의에 실무진과 대표를 파견해야 한다. 회원 자격 유지비가 꽤 든다는 얘기다.
강원도 크기의 작은 영토에 인구가 약 144만 명 수준인 동티모르는 1인당 GDP가 1,457달러(190만 원·2021년 기준)에 불과하다. 아세안 최빈국인 캄보디아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인구의 42%가 빈곤층이다. ‘아세안 회원국’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한 고정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의미다. 동티모르의 오랜 구애에도 올해 인도네시아가 의장국 깃발을 다시 잡기 전까지 10년 넘게 가입이 승인 나지 않았던 이유다.
회원국 지원 부담…'중국 입김' 우려도
일단은 인도네시아가 자금 지원에 나설 가능이 점쳐진다. 부국 싱가포르 역시 외면하진 못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카트라 프리얀디타 호주전략정책연구소 외교정책 분석가는 “그간 싱가포르는 라오스나 캄보디아의 비용을 지원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자금 지원이 길어질수록 아세안 국가들엔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 반대에 앞장섰던 싱가포르는 최근 ‘일단 찬성’으로 돌아선 이후에도 찝찝해한다.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이달 초 아세안 외무장관 회담 후 “회원국은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수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른거리는 중국의 그림자도 부담이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은 동티모르 에너지 자원 선점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2002년부터 2016년까지 무상 원조한 금액은 1.1억 달러(1,430억 원)에 달한다. 중국이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한다면, 아세안의 단합력과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동남아시아연구소(ISEAS)의 조앤 린 아세안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SCMP에 “동티모르가 중국 부채의 덫에 빠지면 아세안 전체 이익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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