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동지회(특전사회)가 “계엄군도 피해자”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며 19일 5·18민주묘역을 기습 참배했다. 지역사회의 반발을 무시하고 단체로 군복을 차려입은 채 묘역에 들이닥친 모습은 화해가 아니라 가해에 가깝다.
이날 특전사회가 벌인 언행은 5·18민주화운동의 피해자와 유가족들, 그리고 일반 시민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최익봉 특전사회 총재는 “상부의 명을 받고 현지에 파견돼 질서 회복 임무를 수행한 특전사 선배들의 노고와 희생은 결코 왜곡되거나 과소평가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를 요구하는 자국민을 향해 총칼을 휘둘렀던 유혈진압 행위를 합리화한 말이다. 그는 “계엄군으로 투입된 특전사 대원들은 가해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피해자로도 바라보는 것이 마땅하다”고도 했다. 특전사회의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은 5·18부상자회 및 공로자회와 공동으로 열렸지만, 유족회와 시민단체들은 “피 묻은 군홧발로 5·18을 짓밟지 말라”며 ‘사과와 반성 없는 공동선언식’에 극렬하게 항의했다. 특전사회는 항의를 피하려 시간까지 몰래 바꿔가며 묘역을 참배했다.
특전사회가 스스로를 피해자로 규정한다면 화해란 있을 수 없다. 마치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했지만 그 군인들도 정신적 아픔을 겪었으니 함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꼴이다. 화해는 ‘선언’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사죄와 참회로만 도달할 수 있다. 5·18 당시 투입된 계엄군이었던 신순용씨는 “사과도 하지 않으려면 뭐 하러 간건가?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했다고 한다. 신씨는 2021년 사복 정장을 입고 5·18묘역을 참배했다.
특전사회가 화해를 하겠다며 군복을 입고 묘역을 찾은 모습에서 이들이 얼마나 피해자들을 고려하지 않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광주를 연고로 둔 프로야구단 KIA 타이거즈조차 다른 구단은 행사용으로 흔히 착용하는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지 않는다. 이번 사건으로 특전사회가 얻은 건 화해가 아니라 또 한번의 가해의 역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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