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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무료는 '세계적 추세'... '공짜' 세종버스 승객 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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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무료는 '세계적 추세'... '공짜' 세종버스 승객 늘까

입력
2023.02.21 04:30
수정
2023.02.2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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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장 '대중교통 무료' 25년 시행
저탄소 이동복지 세계적 정책이지만
단순한 공짜론 승용차 수요 흡수 불가
대전시와 협력하고 버스 수준 높여야

세종 도심을 운행 중인 세종도시교통공사 소속 시내버스. 현재 관내 58개 버스 노선에 310대의 버스가 투입돼 시민의 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높은 굴곡도의 노선, 긴 배차 간격, 난폭한 운전 때문에 시민들이 이용을 외면하고 있다. 버스 운영에 전체 운영비의 70% 수준인 330억 원의 세금이 매년 투입된다. 정민승 기자

세종 도심을 운행 중인 세종도시교통공사 소속 시내버스. 현재 관내 58개 버스 노선에 310대의 버스가 투입돼 시민의 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높은 굴곡도의 노선, 긴 배차 간격, 난폭한 운전 때문에 시민들이 이용을 외면하고 있다. 버스 운영에 전체 운영비의 70% 수준인 330억 원의 세금이 매년 투입된다. 정민승 기자

버스요금 전면 무료화가 승용차에 점령된 도시를 구할 수 있을까. 최민호 세종시장의 ‘버스요금 무료’ 정책이 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서울시 정책과 대조를 이루면서 높은 관심을 끈다. 대중교통 무료화는 이동복지 강화와 탄소배출 저감을 목적으로 미 워싱턴DC 등 선진국의 주요 도시들이 시행하는 세계적 추세의 정책이지만 재정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선결 과제가 적지 않다.

20일 한국교통연구원과 세종시에 따르면 세종 시내버스 수송 분담률은 7%다. 이는 광역시 평균(16.2%)의 절반 이하의 수준으로, 8개 시 중 가장 낮다. 대신 철도가 없다시피 한 세종시의 승용차 수송 분담률은 41% 수준으로 서울시의 두 배 수준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 설계됐지만, 시민들이 대중교통 이용을 외면하면서 출퇴근 시간에 극심한 혼잡이 일어난다”며 “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를 통해 대중교통의 수송 분담률을 다른 광역시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7%의 수송 분담률 두 배로 올릴 것"

다른 특별·광역시와 달리 철도가 없는 세종시의 대중교통은 사실상 버스가 전부다. 현재 관내 58개 버스 노선 중 민간 운수사(세종교통)가 12개, 세종도시교통공사가 46개 노선을 운용하고 있다. 전체 노선에 투입된 버스는 310대 수준이다. 이들 차량 운행으로 올린 수입은 최근 4년 평균 161억 원으로, 세종시는 327억 원의 세금을 투입했다. 세종시가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에 나설 경우 161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세종시가 2025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버스 무료 정책은 이용객의 나이와 소득에 관계없이 무료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최초다. 충남도 제주도 경기도 등이 버스 요금 지원 사업을 하고 있지만, 청소년, 고령층, 국가유공자 등 대상이 제한돼 있다. 해외에서는 미 캔자스시티, 룩셈부르크 수도 룩셈부르크시, 프랑스 됭케르크시, 에스토니아 탈린시 등이 전 주민을 대상으로 버스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캔자스시티는 대중교통 무료화 후 승객이 20%가량 늘었다.

"무료버스 돼도 타지 않을 것"

문제는 이렇게 세금을 투입해 버스 요금이 전면 무료가 됐을 때 얼마나 더 많은 시민이 승용차를 집에 두고, 버스에 오르겠느냐는 것이다. 세종시 버스 요금은 성인 1,400원, 청소년 1,100원, 어린이 600원으로, 이걸 받지 않는다고 해서 그간 타지 않던 버스를 탈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많은 시민의 분위기다.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중앙부처 한 공무원은 “운전하면 10분이면 갈 곳을 버스로는 30분을 가야 하는데, 바쁜 아침에 누가 버스를 이용하겠느냐”고 했고, 세종시청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도 “아파트, 사무실, 공원, 마트 등 세종 웬만한 곳은 주차장이 잘 돼 있어서, 붐비는 시간만 피해 나선다면 승용차만큼 편한 곳이 없다”며 “버스가 무료가 돼도 승용차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의 1인당 총 급여액은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4,520만 원으로, 전국 평균(3,830만 원)보다 크게 높다.

세종 시내 한 버스 정류장에서 승객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정민승 기자

세종 시내 한 버스 정류장에서 승객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정민승 기자


전문가들은 전국 최초의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고도화된 대중교통 시스템과 운수 종사자들의 서비스 정신 제고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행정수도기획단 교통분과 위원장을 지낸 임승달 강릉원주대 명예교수는 “세종시는 승용차 이용을 불편하게 만든,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라며 “그러나 대중교통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승용차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심한 굴곡도의 버스 노선을 전면 재조정하고 배차 간격도 좁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역노선 무료화... 편안한 버스 돼야

대중교통 무료화를 통해 도로 위의 승용차를 줄이기 위해선 인접한 대전시와의 협업 필요성도 제기된다. 세종 시내 도로의 정체가 주로 출근, 퇴근 시간에 일어나고, 병목현상을 보이는 곳이 대부분 대전을 연결하는 지점인 만큼 대전시와의 협업을 통해 두 도시를 오가는 광역버스의 증편, 해당 노선버스의 운임을 무료화할 경우 승용차 이용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복잡 다단한 운수업체의 이해관계와 재정 부담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대 텅 비어 있는 버스 전용차선 활용도를 높이면 세종시와 대전시 모두 이익”이라며 “대전시가 제안하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다 편안한 버스를 위해서 운전기사들의 노력도 요구된다. 국토부 산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과속은 기본 급출발, 급정거, 급회전을 일삼은 버스들이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안전하고 편안한 버스가 되어야 이용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시민들이 버스를 외면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난폭, 곡예 운전도 그중 하나다. 제한 속도 시속 80km 도로에서 100km 가까운 속도의 두 버스가 바짝 붙어 달리고 있다. 이 경우 차간 안전거리는 80m 이상이다. 독자 제공

세종 시민들이 버스를 외면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난폭, 곡예 운전도 그중 하나다. 제한 속도 시속 80km 도로에서 100km 가까운 속도의 두 버스가 바짝 붙어 달리고 있다. 이 경우 차간 안전거리는 80m 이상이다. 독자 제공


위 버스에 탑승한 승객이 당시 캡처한 버스의 속도. GPS 기반 속도계로 시속 92.4km를 가리키고 있다. 운전석의 계기판 속도는 100km에 달했다고 한다. 독자 제공

위 버스에 탑승한 승객이 당시 캡처한 버스의 속도. GPS 기반 속도계로 시속 92.4km를 가리키고 있다. 운전석의 계기판 속도는 100km에 달했다고 한다. 독자 제공


세종에서 대전으로 출근하는 차량 행렬. 3개 중 1개 차선이 버스전용으로 지정돼 있지만, 텅 비어 있다. 승용차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세종-대전 등 광역노선의 버스 무료화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독자 제공

세종에서 대전으로 출근하는 차량 행렬. 3개 중 1개 차선이 버스전용으로 지정돼 있지만, 텅 비어 있다. 승용차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세종-대전 등 광역노선의 버스 무료화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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