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산케이 여론조사서 70% 이상 찬성
'LGBT 이해증진법' 재추진도 가속화할 듯
일본 국민의 70% 이상이 동성 결혼의 법적 인정에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비서관이었던 아라이 마사요시가 이달 초 성소수자(LGBT) 혐오 발언으로 경질된 후, 일본 사회에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관심도 오히려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아사히신문이 18, 19일 실시해 2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동성혼을 법률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응답자 중 7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정해선 안 된다’는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2년 전인 2021년 3월 조사에서는 ‘찬성 65%, 반대 22%’였는데, 찬성 비중이 더 높아진 것이다.
산케이신문과 후지TV 계열 FNN이 같은 날 실시한 공동여론조사에서도 동성혼의 법적 인정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1%에 달했다. 보수적인 자민당 지지층에서도 절반이 넘는 60.3%가 찬성했다. 기시다 총리가 이달 초 국회에서 동성혼에 대한 질문에 “가족관, 가치관, 사회가 바뀌는 문제”라고 답해 논란이 됐지만, 실제로는 일본 사회 자체가 이미 바뀌었는데 ‘정치 영역’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아사히에 따르면, 8년 전인 2015년 2월 조사에선 동성혼에 대한 찬반이 각각 41%와 37%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해 도쿄 시부야구와 세타가야구가 동성 커플을 지방자치단체가 인정하는 ‘파트너십 제도’를 전국 최초로 도입한 데 이어, 다른 지자체로도 이 제도가 확산되며 동성혼에 대한 인식도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부터는 도쿄도 전역에서 이 제도가 실시됐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자민당이 입법을 다시 논의 중인 ‘LGBT 이해증진법’ 통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법안은 2021년 자민당을 포함한 초당파 의원연맹에서 논의해 입법 합의에 이르렀으나, 아베 신조 전 총리(지난해 7월 사망)를 비롯해 ‘전통적 가족관’을 고집하는 자민당 강경파가 끝까지 반대해 결국 제출되지 못하고 무산됐다. 아라이 전 비서관 발언 파문을 수습하기 위해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에 입법 재추진을 지시해, 현재 당내 논의 중이다.
야당은 이해증진법에서 더 나아가 동성혼 인정까지 요구한다. 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는 “당사자들은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해를 증진한다’라는 말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자민당 강경파가 이해증진법의 ‘차별은 용납할 수 없다’는 문구조차 반대하는 상황에서 당장 동성혼의 법적 인정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지자체에서 이미 만든 인권조례조차 폐지될 위기에 처한 한국보다는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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