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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라리 튀르키예로 가고 싶다…“고립된 시리아 위해 한국이 목소리 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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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라리 튀르키예로 가고 싶다…“고립된 시리아 위해 한국이 목소리 내달라”

입력
2023.02.22 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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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요한 무이 월드비전 시리아 사무소 회장
반군 점령지역에 지진 피해 집중된 시리아 상황
"텐트 하나에서 2, 3가족 살아...눕기조차 버거워
지진에 콜레라, 추위까지... 아이들이 가장 위험
사방 국경 모두 막혀…어디로도 이동할 수 없어“

시리아 북서부의 한 마을에서 남성이 지진으로 무너진 돌더미 위에 아이들과 함께 앉아 허탈해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시리아 북서부의 한 마을에서 남성이 지진으로 무너진 돌더미 위에 아이들과 함께 앉아 허탈해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시리아에는 텐트조차 부족해요. 내전 중인 데다 국경이 모두 막혀 피란 갈 곳도 없어요. 한국 등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요한 무이 월드비전 시리아 대응사무소 회장

신(神)도 잊은 땅일까. 12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는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와 마찬가지로 지난 6일 대지진에 큰 피해를 입었다. 2주일 만인 20일(현지시간)에는 규모 6.3의 지진이 또 발생해 살아남은 이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온정의 손길이 답지하는 튀르키예와 달리 국제사회가 애써 외면하는 곳이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있는 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참사 현장에 접근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현지 사정이 얼마나 열악할까. 국제 구호단체 월드비전의 요한 무이 시리아 대응사무소 회장은 21일 한국일보와의 화상인터뷰에서 "(UN과 시리아 정부는) 사망자 수가 5,800명(18일 기준)이라고 발표했지만 시리아 데이터는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크다는 것이다.

시리아의 지진 피해는 북서부 아자즈주와 이들리브주에 집중됐다. 모두 반군이 점령해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다. 무이 회장은 "아자즈에는 지진 전부터 내전 피란민이 몰려들어 거대한 텐트촌이 형성됐다"면서 "지진 탓에 텐트마저도 파묻혀 오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허다하다"고 전했다.

지진 이후 이재민의 84%가 임시 공용 텐트에서 지낸다. 지진 전에는 텐트 안에서 한 가족(6~7명)이 생활했는데 이제는 친척과 지인들이 몰려들어 2, 3가족(12~21명)으로 인원이 크게 늘었다. 몸을 뻗기조차 버거운 너비다. 현지 기온이 영하권인 데다 수시로 눈이 내려 추위마저 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요한 무이 시리아 대응사무소 회장. 월드비전 제공

요한 무이 시리아 대응사무소 회장. 월드비전 제공

시리아 이재민들은 고립무원의 처지다. 무이 회장은 "북쪽으로는 튀르키예, 동쪽으로는 이라크와 맞닿아 있는데 정치적 이유로 국경이 폐쇄됐다"면서 "남쪽은 정부 장악 지역이고, 서쪽은 지중해여서 이동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함께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가 부러울 정도라고 한다. 튀르키예에는 그나마 의료 인프라 등이 남아 있고, 각국에서 구호인력을 집중적으로 파견한 터라 시리아보다 여건이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 수가 없다. 내전으로 30만 명 이상이 숨진 시리아에서는 이전부터 탈출 행렬이 이어졌다. 인접국인 튀르키예는 이미 35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한 상태다. 더는 받아줄 여력이 없다고 한다.

반면 일부 난민들은 다시 시리아로 돌아가고 있다. 무이 회장은 "국경을 넘어온 시리아 난민 가운데 가족을 돌보려고 본국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난민에게는 튀르키예 정부가 국경을 열고 있다"면서도 "3개월 내에 귀환하지 않으면 난민 자격을 상실하기에 이들의 마음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리아 아이들, 전염병에도 노출…"부모 잃고 트라우마 빠져"

지진 못지않게 우려되는 건 전염병이다.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시리아 북서부에서는 콜레라가 유행했다. 지진 여파로 영양 상태가 더 악화된 아이들은 병에 쉽게 걸릴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도 잦아들지 않은 상태다.

지난 6일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지역의 한 마을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어린이가 산소호흡기를 쓴 채 구조대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리브=UPI 연합뉴스

지난 6일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지역의 한 마을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어린이가 산소호흡기를 쓴 채 구조대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리브=UPI 연합뉴스

무이 회장은 "10년 넘게 전쟁을 벌이는 동안 기초의료시설과 학교가 많이 파괴됐다"면서 "많은 아이들이 지진으로 부모를 잃고 홀로 생존해 정신적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 국민을 향해 "시리아를 도와달라"고 읍소했다. '글로벌 중추 국가'를 선언한 한국이 시리아의 평화를 위해 유엔에서 더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주고, 인도적 기구 등을 통해 후원이나 관심을 보내달라고 진심으로 부탁했다. 우리 정부는 최근 시리아에 100만 달러(약 13억 원)의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유엔 193개 회원국 가운데 북한을 제외하면 한국과 수교를 맺지 않은 국가는 시리아와 쿠바뿐이다.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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