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간 이분들 몸값이 더 비싸질지도 몰라요."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한 테크업체 임원이 식당 직원들을 둘러보며 한 말이다. 지금까지 채용시장에서는 '엔지니어' 타이틀만 가지고 있으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지만, 챗GPT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웬만한 인력을 대체하기 시작하면 고급 서비스 인력이 더 귀한 대접을 받게 될 거라는 뜻이었다.
생성형 AI가 바꿀 미래를 아직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요즘 챗GPT 능력을 보면 가능성이 전혀 없는 전망은 아니다. 실제로 프로그래머는 AI 시대에 사라질 가능성이 큰 직업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에선 아직 초기 버전에 불과한 챗GPT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이 이제 막 학부를 졸업한 전공자보다 나은 수준이라고 본다. 이를 감안하면 경력이 없거나 짧은 엔지니어 초년병들이 직장을 구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진짜 실력을 가진 엔지니어만 살아남는다는 얘기다.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직업으로는 기자 역시 빠지지 않는다. 이미 AI의 기사 작성 능력 자체는 사람 기자에 가까운 수준으로 평가된다. 맞춤법이나 문장 완결성만 놓고 보면 사람보다 한 수 위가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다만 아직 미국에서도 AI에게 실제 보도를 맡기는 것에는 부정적인데, 팩트 검증 능력이 떨어져 가짜뉴스를 만들 위험이 크다는 게 이유다. 지난해 말 테크매체 씨넷은 AI가 작성한 기사를 70건 넘게 내보냈는데, 당시 상당수 기사에서 틀린 사실이 포함된 게 밝혀졌다. 이 일을 계기로 AI 기자에 대한 불신은 더 커졌다.
하지만 갈수록 더 완벽해질 AI의 능력을 감안하면, 사람 기자의 팩트 검증 능력이 앞으로도 AI보다 뛰어날 것이라 장담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기자들이 팩트만 보도한다'는 믿음 자체도, 안타깝지만 깨진 지 오래다. 정작 기사를 찾아보는 이들은 '기계가 쓴 게 차라리 믿을 만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떤 기자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엉덩이가 무겁지 않은 기자'다. 컴퓨터 앞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기록하는 언론인. AI에 아직 발이 달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챗GPT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면 발에 더 땀나도록 뛰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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