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워싱턴대 한반도 평화 강연에서
"핵무장, 한미관계 악화·동아시아 핵 경쟁 초래
"미국, 북한과 수교하면 미중경쟁 '게임체인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한국 일각의 독자 핵무장론에 일침을 가했다. 또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조금 더 적극적인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전 총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조지워싱턴대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현실적ㆍ실용적 접근’이라는 제목의 강연에 나섰다. 지난해 6월부터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에 체류 중인 이 전 총리의 연구소 일정 마무리 차원이다.
이 전 총리는 영어로 진행한 연설에서 “한국 내부에서 핵무장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한국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고 핵무장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것은 한미관계를 악화시키고 동아시아의 핵무기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가능한 유일한 선택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을 통한 북한과의 외교협상”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최근 들어 핵무장 여론이 고조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정권 교체’를 꼽았다. 그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무엇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국민 여론이나 언론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핵무장론과 관련해) 한국 정치인에게 바라는 건 결론을 미리 내놓고 갑론을박 언쟁을 하지 말고 여러 경우에 대비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어떤 생각을 갖는지 끊임없이 타진해 가면서 물밑에서 미국과 함께 안보 로드맵을 준비해 가는 게 필요하다”라고 주문했다.
이 전 총리는 과거 북한과의 핵협상이 실패한 이유로 △북한의 생존 욕구 무시 △북한 붕괴론 오판 △압박 효과 과신 △정책 일관성 결여 △완벽주의 접근의 함정 등을 꼽았다. 그는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완벽주의적 접근으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 또는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추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꼬집었다.
또 “협상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북한 비핵화 문제를 ‘상호 위협 감소’ 및 북미관계 개선과 나란히 올려놓고 해결하는 것이 옳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소극적인 대북정책도 짚었다. 이 전 총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며 “그 현상이 지금 (바이든 행정부에서) 다시 나타나려 하고 있는데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에 북한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재검토만 하고 있는 것인지, 2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이 전 총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으로 세계 질서를 바꿔 왔다”며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북한과 수교를 하면 미중경쟁에서도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총리는 올해 3월과 4월 미국 대학 6곳 정도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강연을 한 뒤 6월 독일로 건너가 튀빙겐대와 베를린대 강연을 마치고 예정대로 6월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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