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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수십 명 목숨 앗아간 화재 줄인다"…하루 세 번 일부러 큰불 내는 그곳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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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수십 명 목숨 앗아간 화재 줄인다"…하루 세 번 일부러 큰불 내는 그곳의 정체는

입력
2023.03.06 08: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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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7년…활기 찾은 KCL실화재시험연구센터
건축자재에 일부러 불붙여 화재 안전성 검증
집진시설·폐수 처리 등 산업안전 분야에도 집중
올해 이차전지 화재 안전성 검증센터 준공 앞둬

지난달 28일 강원 삼척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실화재시험연구센터에서 실물화재시험의 한 종류인 한국산업표준 KS F 8414(건축물 외부 마감재의 화재 안전 성능 시험)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시험 시작 후 13분 48초가 지나자 불이 위로 번지고 있는 모습. 삼척=나주예 기자

지난달 28일 강원 삼척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실화재시험연구센터에서 실물화재시험의 한 종류인 한국산업표준 KS F 8414(건축물 외부 마감재의 화재 안전 성능 시험)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시험 시작 후 13분 48초가 지나자 불이 위로 번지고 있는 모습. 삼척=나주예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강원 삼척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운영하는 실화재시험연구센터. 소방관들이 입는 방화복을 착용한 연구원이 타오르는 심지를 들고 와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 간이 건축물 아래쪽에 불을 붙였다. 불길은 외장재를 타고 건물 위쪽으로 빠르게 옮겨갔다. 연구원들은 시험이 시작되면 하단에서 5m 높이에 있는 온도계의 온도를 15분 동안 잰다. 600도가 된 후 30초 동안 더 이상 온도가 오르지 않으면 샌드위치 패널은 '적합' 판정을 받는다.

시험 시작 20분 뒤 샌드위치 패널이 평가 항목을 모두 통과하자 현장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권인구 실화재센터장은 "패널이 타는 시간을 잰 건 불이 난 건물 안에 있던 사람이 대피할 시간을 보장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며 "값싼 자재 납품만 신경 쓰는 건설 현장이 조금 더 안전해지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강원 삼척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실화재시험연구센터에서 실물화재시험이 끝난 후 불을 끄고 있다. 삼척=나주예 기자

지난달 28일 강원 삼척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실화재시험연구센터에서 실물화재시험이 끝난 후 불을 끄고 있다. 삼척=나주예 기자


건설현장 안전 중요해져…자재부터 안전성 검증

지난달 28일 강원 삼척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실화재시험연구센터에 시험을 앞두고 쌓여 있는 건축자재들. 삼척=나주예 기자

지난달 28일 강원 삼척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실화재시험연구센터에 시험을 앞두고 쌓여 있는 건축자재들. 삼척=나주예 기자



이 센터는 2013년 정부의 소방방재산업 육성책으로 3년 동안 150억 원을 들여 지어졌다. 한국일 KCL 책임연구원은 "주택, 자동차 등을 직접 모형으로 만들어 실물 크기 시험체에 불을 지르며 안정성을 따진다"며 "폐수와 연기를 처리하는 집진시설을 갖췄다"고 말했다.

최근 삼척 센터에는 건축자재를 시험하려는 중소 건축자재 납품업체들이 줄을 서고 있다. 5월까지 하루 세 건씩 일정이 꽉 잡혀 있다. 국토교통부가 건축자재의 화재안전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2021년 12월부터 시행 중인 ‘건축자재 품질인정제도’ 유예 기간이 지난해 12월 끝나면서 현장에 납품하려면 반드시 실화재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일부러 불을 지르면서까지 테스트를 하는 것은 ①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②2018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③2020년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등 가연성 건축자재를 쓴 건물에서 난 불로 인명 피해가 커지는 일이 잇따르면서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표적 가연성 자재인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서 난 화재는 연 평균 3,300건, 사상자도 200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임홍순 KCL 첨단방재센터 전문위원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일 때는 품질, 2만 달러일 때는 환경, 3만 달러일 때는 안전이 중시된다고 한다"며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수준과 비례해 안전을 추구하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8일 강원 삼척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실화재시험연구센터에서 권인구 센터장이 실물화재시험이 진행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삼척=나주예 기자

지난달 28일 강원 삼척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실화재시험연구센터에서 권인구 센터장이 실물화재시험이 진행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삼척=나주예 기자


국내 하나뿐인 이차전지 실화재 안전성 검증센터

이차전지 화재안전성 검증센터 조감도. KCL 제공

이차전지 화재안전성 검증센터 조감도. KCL 제공


삼척 실화재센터는 2016년 KCL이 위탁 운영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최근엔 해외 인증 기관과 협약을 맺어 국내 제품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권 센터장은 "국내 제품이 해외 수출될 때에도 KCL에서 받은 시험 결과만으로도 안전성을 인증받을 수 있게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KCL은 ESS(대용량 이차전지) 화재 안전성 검증센터를 추가로 세워 6월 문을 연다. 차세대 먹거리인 이차전지의 화재 안전성을 시험하는 곳으로, 국비 288억 원 등 698억 원이 투입됐다. 부지는 1만5,500㎡로 축구장 면적(7,140㎡)의 두 배에 달한다. 한국일 연구원은 "국내에서 단 하나뿐인 이차전지 화재 검증센터"라고 말했다.

조영태 KCL 원장은 "그동안 화재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인프라와 시스템이 없어 해외 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ESS 한국형 화재 시험 방법, 소화 방재 기술 등을 개발해 국민 안전과 건설업계 발전에 보탬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삼척=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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