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의원 등 정치자금법 위반 기소
기동민, 인허가 알선 등 대가 1억 받아
野 "범죄자 진술 의존, 검찰 폭력" 반발
검찰이 1조6,000억 원대 투자 피해를 낸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 김봉현(49)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전ㆍ현직 야당 의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기소 명단에 오른 더불어민주당 기동민ㆍ이수진 의원은 “범죄자 진술에 의존해 야당을 표적 삼은 부당한 기소”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준동)는 23일 발표한 김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 의혹’ 관련 수사 결과를 통해 두 현직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기 의원이 2016년 2~4월 김 전 회장과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당시 광주MBC 경영기획국장)에게서 선거자금 및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관련 인허가 알선(알선수재) 대가로 정치자금 1억 원과 200만 원 상당의 양복 등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 의원은 2016년 2월쯤 두 사람으로부터 5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아울러 같은 당 김영춘 전 의원과 김갑수 전 열린우리당 대변인도 동일한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의원은 2016년 3월 500만 원, 김 전 대변인은 같은 해 2월 5,000만 원을 각각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들에게 자금을 건넨 김 전 회장과 공범 이 전 대표 역시 재판에 넘겼다.
기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은 2020년 4월 체포된 김 전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2016년 총선 시기 그에게 맞춤 양복과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하면서 불거졌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같은 해 10월 “검찰이 여권(민주당) 정치인 관련 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는 내용의 ‘옥중 입장문’을 내 진술을 뒤집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새 수사팀이 사건을 넘겨받아 보니 1년 넘게 수사가 답보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보석 중 도주했다가 지난해 12월 검찰에 붙잡힌 뒤 다시 진술을 번복했다. 그가 정치권 로비 사실을 인정하면서 검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었다. 검찰은 “27일부터 2016년 초에 집중된 정치자금법 위반죄와 알선수재죄의 공소시효(7년)가 끝나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기소가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 김 전 회장의 진술뿐 아니라 객관적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허정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있고, 진술에 부합하는 통화내역이나 신용카드 결제내역 등을 종합해 혐의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피의자들에게 자금이 전달된 시점과 장소도 특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옥중 입장문을 번복한 배경에 외압이 없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허 차장검사는 “김 전 회장이 옥중 입장 발표와 진술 번복을 후회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기소된 두 의원은 즉각 혐의를 부인했다. 기 의원은 입장을 내고 “검찰이 주장한 그날, 그 시간 저는 다른 곳에 있었다”며 “30년 형을 받은 범죄자 진술에 의존한 검찰의 부당한 기소권 행사는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도 “검찰의 공소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법정에서 진실이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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