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 규모 경기장 만원...푸틴도 참석
힙합 공연, 조롱 영상...'도 넘은 전쟁 희화화'
"전쟁·푸틴에 대한 국민 지지 과시하는 선전"
러시아 최대 규모의 경기장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축하’하는 국가 주최 콘서트가 열렸다. 러시아인 수만 명이 8만1,000석을 가득 채우고 열렬히 호응했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은 러시아가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조국 수호자에게 영광을’ 콘서트를 열어 결속을 다졌다고 보도했다. 동유럽 국가들의 국군의 날 격인 ‘조국 수호의 날’(23일)의 콘서트 무대와 연설의 핵심 메시지는 ‘타도 우크라이나’였다.
러시아는 행사를 콘서트 무대로 진행하며 침략 전쟁을 '놀이'처럼 묘사했다. 정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 니콜라이 로마넨코 중위는 “팔꿈치까지 (우크라이나인의) 피를 묻혀도 난 두렵지 않다”는 랩으로 박수를 받았다.
우크라이나 희생자들은 조롱의 대상이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시 마리우폴의 철강 공장에서 몇 주를 버티다 투항한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아조프 여단’을 “죽은 악마들”이라며 폄하하는 발라드곡이 연주됐다. 콘서트장 대형 스크린엔 “가족을 살려 달라”며 울부짖는 우크라이나 여성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편집한 영상이 재생됐다.
전쟁을 낭만화하고, 참전과 희생을 부추기는 것이 콘서트의 목적이었다. 콘서트를 관람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조국을 위해 싸우는 군인들을 ‘수호자’라고 추켜세웠다. 러시아 전사자의 유족은 “조국에 이바지한 고인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유명 가수인 그리고리 랩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구소련의 모병가를 불러 입대를 고민하는 청년들의 애국심을 자극했다.
우크라이나의 ‘어린이 포로들’까지 동원됐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아이 367명을 ‘구출’했다”는 멘트와 함께 등장한 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왔다는 어린이들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파괴된 우크라이나 영상이 배경으로 깔리자 무대 위 아이들은 귀를 틀어막았다”고 전했다.
NYT는 콘서트의 목적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뜨거운 지지를 과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람객 대부분은 공공기관, 공기업, 학교 등에서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지만, 진심인지는 알 수 없다. 20대 관람객이 외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친한 친구가 전장에서 죽었다.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전쟁을 지지한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진심이다”라고 정정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그레고리 유딘 모스크바사회과학대 정치철학과 교수는 “학교 앞에 대기 중이던 버스가 학생들을 강제로 태운 사례가 여럿 보고됐다”며 “푸틴은 콘서트를 관람한 학생들에게 시험 합격을 약속하는 등 교묘히 유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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