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서 사고 두 달여 만에 첫 재판
피고인 "살해 목적 없었다" 일부 부인
휘발유 미리 준비·헬멧 쓰고 불 질러
소방대원들이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불이 난 대구 동구 신천동 건물에서 2명을 구조해 구급차에 태우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12월 23일 대구의 성인 무도장에서 60대 남성이 불을 질러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사건은 형사고소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보복범죄로 나타났다.
24일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 조정환)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62)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해 “불을 낸 건 맞지만 보복과 살해를 목적으로 지른 건 아니다”며 혐의 일부를 부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B씨와 알고 지내다 사이가 나빠진 뒤, B씨가 A씨에게 ‘사기 등으로 경찰에 고소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고소하자 불만을 품게 됐다. A씨는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1시 33분쯤 대구 동구 신천동에 있는 B씨의 무도장에 휘발유를 뿌린 뒤 휴대용 점화기로 B씨의 몸에 불을 붙였다. 이 불로 무도장에 인터넷을 설치하러 온 업체 직원 C씨와 D씨의 몸에 불이 옮겨 붙어 크게 다쳤고, 불을 낸 A씨도 화상을 입었다.
A씨는 이날 법정에 양팔에 붕대를 감고 모습을 드러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보복 목적이 없었고,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고의가 없었다”며 “방화로 사람을 숨지게 하고 다치게 한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A씨는 범행 직후 온몸에 불이 붙은 채로 도주해 대구의 한 모텔에 숨어 있다가 다음 날 경찰에 붙잡혔다. 무도장을 찾기 전 미리 휘발유를 준비했고,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머리에 헬멧을 쓰고 차량 정비업소 유니폼을 착용한 뒤 불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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