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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전쟁'에 신음하는 세계...달걀값 치솟고 인간 감염 사망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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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전쟁'에 신음하는 세계...달걀값 치솟고 인간 감염 사망 사례도

입력
2023.02.24 16:04
수정
2023.02.24 16: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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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1억 마리 넘는 가금류 살처분
포유류 감염도… 11세 사망 사례도
달걀값도 고공행진, 한국은 안정적

14일 한 연구원이 계란 옆에 '조류독감'이라고 적힌 시험관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4일 한 연구원이 계란 옆에 '조류독감'이라고 적힌 시험관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조류독감으로 달걀이 '황금알'이 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의 전쟁에서 백기를 드는 나라가 늘면서 달걀 가격이 급등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달걀 가격이 지난해보다 각각 70%와 100%씩 뛰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2월 이후 미국에서 AI로 폐사한 가금류가 5,800만 마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역대 최고 조류 살처분 기록인 2015년 5,050만 마리를 뛰어넘은 숫자다.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PC)는 유럽에서 5,000만 마리가 넘는 칠면조, 닭 등이 AI로 죽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도 AI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1,478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페루,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 남미에서도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AI에 감염된 닭의 치사율은 100%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염성도 강하다. 이에 농장들은 '닭장 지키기'에 사활을 걸었다. 1,700만 마리의 닭을 기르는 미국 아이오와주 베르소바 농장에선 몸을 씻고 갓 세탁한 옷으로 갈아입어야 닭장에 출입할 수 있다. 콜로라도의 히크만 농장은 한 곳에서 키우던 닭 400만 마리를 100만 마리씩 나눠 사육하기로 했다.

3일 영국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런던 리젠트 공원의 새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경고판이 세워졌다. 런던=EPA 연합뉴스

3일 영국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런던 리젠트 공원의 새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경고판이 세워졌다. 런던=EPA 연합뉴스

AI는 대부분이 야생 조류에서 옮는 만큼 접촉을 줄이려는 노력도 잇따른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런던탑에 사는 까마귀 9마리를 별도의 공간에 격리했다. '영국의 수호신'으로 불리며 특별 관리를 받던 까마귀들이지만, 치명적인 AI 앞에서는 도리가 없었다.

세계 보건당국은 이번 AI의 유행이 유독 길고 포유류에도 감염된 사례가 잦아진 점에 주목한다. 사람에게 전염되는 사례는 드물다고 알려졌으나, "캄보디아에서 11세 여아가 AI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23일 나왔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번 AI를 두고 "포유류에 쉽게 확산되는 돌연변이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각국 '달걀 인플레'... 한국은 예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유행하는 미국 일리노이주 글렌뷰 한 식료품점에 지난달 달걀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글렌뷰=AP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유행하는 미국 일리노이주 글렌뷰 한 식료품점에 지난달 달걀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글렌뷰=AP

AI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달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사료용 곡물 부족도 이를 거들었다. 미국 중서부에서는 이달 대란 가격이 12알당 5.46달러(약 7,119원)로 올랐다. 지난달엔 평균 1.39달러(약 1,720원)였다. 일본 NHK방송은 달걀 1㎏의 도매가격이 지난해 2월 175엔(1,695원)에서 올해 2월 335엔(3,245원)이 됐다고 전했다. 달걀 생산량이 9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영국에서는 구매 수량 제한을 두기도 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전북 정읍 등 일부 지역에서 AI가 확인됐지만, 전면 유행 단계는 아니다. 국내 달걀 생산도 안정적이어서 '달걀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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