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년, 우크라이나를 다시 가다] <6신>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 집무실 가 보니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러시아의 표적이 될 위험이 높은 인물이다. 러시아가 개전 1년을 전후로 대규모 공습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만큼, 그와의 만남도 긴장감이 내내 감돌 수밖에 없었다.
24일 저녁(현지시간) 한국일보와 포돌랴크 고문의 인터뷰는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채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모처에 있는 집무실을 방문했지만, 그 위치는 사전에 정확히 공유되지 않았다. 포돌랴크 고문 측에서 미리 알려준 대략적인 장소에 도달하자, 고문의 비서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바깥에서 보초를 서는 군인들이 여권 검사 등 신분 확인을 진행한 뒤 출입을 허가했다.
그런데 곧바로 집무실이 나온 게 아니다. 비서를 따라 약 1,500보를 뛰다시피 걸었다. 주위는 온통 깜깜했다. 위치가 발각되지 않도록 건물에서 나오는 빛들을 차단하고, 거리의 가로등도 모두 꺼 둔 탓이다.
포돌랴크 고문 집무실이 위치한 건물에 도착하자 다시 또 여권 검사를 받아야 했다. 1층에서 한 번, 집무실이 있는 층에서 다시 한번. 결국 고문을 만나기까지 총 세 번의 여권 검사가 이뤄진 것이다. 소지품 검사도 별도로 진행됐다. 그의 비서는 "건물 내부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으나, 건물 바깥이 나오도록 찍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고문의 집무실은 '작은 전쟁터'였다. 창문은 흰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다. 커튼은 한줄기 빛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문구용 집게로 고정돼 있었다. 방 곳곳에는 군인의 사진과 그림이 걸려 있었다. 한편에는 군모도 놓여 있었다. 집무용 책상 옆에 내걸린 젤렌스키 대통령의 초상화도 눈에 띄었다.
책상 옆에는 신발 10켤레가량이 놓여 있었다. 대부분 운동화였고, 실내용 슬리퍼도 보였다. "신발을 왜 이렇게 많이 가져다 놓았느냐"고 묻자 "여기서 거의 살다시피 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포돌랴크 고문이 문을 연 장롱 안에는 옷이 빼곡했다. '집무실에 산다'는 또 다른 증거였다. 정장 재킷도 있었지만, 트레이닝복이 유독 많았다. 전쟁 상황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인간 젤렌스키' 묻자 "지금은 '일중독'"
'인간 젤렌스키'에 대해 묻자 포돌랴크 고문은 "그것은 전쟁 (종료) 후에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젤렌스키 대통령이 끊임없이 일만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정보를 명확하게 알고 있으며,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고, 가장 엄격하게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하는 시각엔 젤렌스키 대통령 기자회견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의 대언론 일정에 주요 참모진이 배석하는 게 일반적이다. 포돌랴크 고문은 '기자회견을 보지 않고 (한국일보와 별도로) 인터뷰를 해도 되느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문제없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상황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 걱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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