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감사직에도 퇴직 수사관 발탁
차관급 인권위 상임위원 자리도 전직 검사
정부 고위직과 대통령실엔 이미 다수 입성
"빈 자리만 생기면 검찰 출신이냐" 허탈함
"군인 요직 앉히던 군사정권에 비견" 비판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물러나면서 정부의 도를 넘어선 '검찰 출신 챙기기'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외견상으론 아들의 학교폭력이 조기 사퇴 이유로 보이지만, 결국 윤석열 대통령 특유의 '마이웨이 인사'가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검찰 출신 고위직 중용 '끼리끼리 문화'
2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그동안 검찰 출신 인사 17명을 주요 공직에 앉혔다. 확인된 인사만 17명으로,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이완규 법제처장 등 윤 대통령 핵심 측근들이 주요 부처 수장 자리를 꿰찼다. 대통령실에도 주진우 법률비서관과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 비서관급 이상 핵심 보직 6자리를 검찰 출신으로 채웠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 사랑'은 전 정부와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법조계 인사들이 요직에 중용됐던 박근혜 정부 출범 1년과 비교해도 양적으로 두 배 정도 많다. 당시 곽상도·우병우 등 청와대 민정수석에 전직 검사들이 잇따라 임명돼 논란이 일었지만, 지금처럼 부처와 대통령실 곳곳에 검찰 출신이 광범위하게 스며들지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검찰 출신이 더러 있었지만, '비(非)검찰' 인사 중용을 공식화한 터라 5년 임기를 통틀어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신현수 변호사 등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병원에도 인권위에도 "빈 자리만 생기면"
윤석열 정부에선 그동안 검찰 출신이 잘 가지 않던 자리까지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임명된 박경오 서울대병원 감사가 대표적이다. 박 감사는 서울시 보건직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검찰에 파견돼 20년간 보건・의약 분야와 마약 범죄 수사를 담당했다. 서울대병원 감사는 임기 3년에 억대 연봉이 보장되는 자리로, 퇴직 수사관 출신 임명 소식에 병원 내 우려의 목소리가 표출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달 초 김용원 전 검사를 차관급인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공기업의 한 고위임원은 "빈 자리만 생기면 검찰 출신들이 우선적으로 하마평에 오른다"고 씁쓸해했다.
공직사회에선 대통령 측근 챙기기나 부적절한 언행 등 인사 대상자에 대한 논란이 제기돼도 임명을 강행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허탈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으로 발탁된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은 성비위 논란으로 여당에서조차 질타를 받았지만 인사는 취소되지 않았다. 법제처장을 맡은 이완규 전 부천지청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당시 징계를 받을 때 관련 사건을 변호했으며, 초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 기용된 조상준 전 대검 형사부장 역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다. 정순신 변호사를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한 것도 검사 출신을 내정해놓고 밀어붙이다 벌어진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질적 사고방식 인물들 한곳에 모여"
'정순신 사태'로 계기로 '검찰 공화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율사 출신들이 과거에 벌어진 일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은 뛰어날 수 있겠지만, 미래지향적이고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고위직 자리를 맡기엔 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동질적 사고방식을 지닌 인물들이 한곳에 모여있다 보면, 국정 다양성과 효율성을 해칠 수밖에 없다"며 "군사 정권 시절 군인 출신들이 요직을 싹쓸이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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