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1등, 경영은 꼴등. 이런 이야기가 광주시민들 사이에 쫙 퍼져 있습니다."
3일 오전 광주시민프로축구단(광주FC) 비전 선포식이 열린 광주축구전용구장. 단상에서 격려사를 하던 구단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광주FC가 요즘 세간의 큰 관심"이라고 운을 떼더니 갑자기 작심 발언을 했다. 강 시장은 "직관(직접 관람) 만족도 11개 구단 중 11위. 리더십, 전략, 예산 관리, 구장 관리 완전히 빵점"이라며 "선수들에게 미안한 꼴등 경영이었다"고 프런트(사무처)를 직격했다. 지난해 대표이사도 없이 사무처장 체제로 구단을 운영하며 1부(K리그1) 승격이라는 성적을 낸 프런트 직원들은 예상치 못한 강 시장의 모진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사실 이날 강 시장 발언엔 구단에 성과 중심의 직원 평가 체제를 만들고 경영 방식도 뜯어고치겠다는 의중이 숨어 있다. 실제 강 시장은 비전 선포식 전날 광주시 문화체육실장과 주무관 2명을 광주FC 임시 조직인 광주시민프로축구단발전추진단(발전추진단)에 겸직 발령했다. 강 시장은 그러면서 주무관 2명에겐 아예 7월 31일까지 프런트에서 상근하며 업무를 지원하도록 했다. 광주FC의 원활한 운영을 도모하고 광주시와 유기적 협조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경영 꼴찌'에서 탈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강 시장의 이 구상은 출발부터 편법 논란에 휩싸이는 등 잡음을 낳고 있다. 대표적인 게 주무관들에 대한 광주FC 상근 겸직 발령이다. 광주시가 상법상 주식회사인 광주FC에 공무원을 파견할 수 없자 겸직이라는 꼼수를 쓴 것인데, 이마저도 복무규정상 겸직이 금지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 관계자는 "주무관 등에게 발전추진단 겸직을 허가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과연 정말 그럴까. 현행 지방공무원 복무에 관한 예규는 공무원의 담당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 자치단체장이 겸직을 허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원래 광주FC 관련 업무 등을 맡았던 주무관들은 발전추진단 겸직 발령을 받자 자신들의 평소 업무(본직·本職) 중 광주FC 관련 업무를 제외한 업무 일부를 다른 직원들과 분장했다. 광주FC 프런트에서 상근하는 겸직 발령이 결국 주무관들의 본직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광주시가 관계 법령을 어겼다는 뒷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광주시는 해당 주무관들을 겸직 발령하고도 제대로 복무 관리도 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이 본직 수행과 관련해 겸직 허가를 받으면, 근무시간 내에도 겸직 업무에 종사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원칙적으로 연가나 외출, 조퇴 등으로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겸직 발령을 받은 A주무관은 "광주FC에 상근하면서 연가나 외출을 신청한 적은 없다. 어떻게 복무 관리가 이뤄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광주FC 운영 지원'에 그쳐야 할 주무관이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도 말썽이다. A주무관이 광주FC의 조직, 인사, 재무, 예산과 관련한 내부 업무 결재 과정에 직접 참여, 팀장급 결재 권한을 일부 행사하면서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심지어 A주무관은 노동일 광주FC 대표이사의 결재 사항까지 대리 결재하기도 했다. A주무관은 노 대표가 부재 중일 때 노 대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받아 광주FC 행정관리시스템에 접속한 뒤 노 대표인 것처럼 각종 서류를 대신 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FC 사무 위임 전결 규정엔 대표이사가 부재 중일 때 그의 전결권을 위임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이를 두고 광주FC 안팎에선 "광주시가 되레 구단 운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다. 이런 게 구단 혁신이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참다못한 한 직원은 A주무관을 공전자기록위작 및 동행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A주무관은 이에 대해 "비상근인 노 대표가 부재 중일 때 업무 결재 건에 대해 노 대표에게 카카오톡 등으로 관련 내용을 보고한 뒤 노 대표의 부탁을 받고 대신 승인(전자서명)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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