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대규모 난민 유입 우려에 선제 대응
'수백 년 앙숙'…시리아 난민 문제로도 신경전
그리스가 튀르키예로부터 지진 난민들의 유입을 막겠다며 국경에 빗장을 단단히 걸고 있다. 15세기 말 튀르키예 전신인 오스만 제국의 그리스 점령 이후 두 나라는 수백 년간 앙숙 관계이고, 최근엔 중동·아프리카 출신 난민을 서로 밀어내려 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지진 발생 직후 그리스 정부가 튀르키예에 구조대를 급파하는 등 인도주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이내 본심을 드러냈다.
"난민 오지 마" 국경에 장벽 세우고, 순찰 강화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튀르키예를 강타한 지진으로 오갈 데가 없어진 난민들의 입국 저지를 위해 육상과 해상의 국경 경비 강화에 나섰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번 지진으로 이재민 150만 명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튀르키예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약 35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머물고 있다. 이 중 약 200만 명이 이번 지진 피해가 집중된 11개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는 지난 주말 튀르키예와 육상 국경선 역할을 하는 에브로스강 주변 지역을 순찰하는 국경 수비대에 수백 명을 추가 배치했다. 두 나라를 가르는 에게해에도 해안경비선 수십 척을 띄우기로 했다.
그리스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출신 난민들이 튀르키예를 거쳐 입국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2021년 에브로스강을 따라 길이 35㎞, 높이 5m의 장벽을 세웠는데, 올해 말까지 장벽을 두 배로 확장할 계획이다. 노티스 미타라치 그리스 이민장관은 "에브로스강 전체를 따라 장벽이 세워질 것"이라며 "수백만 명의 이주는 (난민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리스는 반(反)이민 강경노선을 고수해 왔다. 2019년 취임한 중도우파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경제난의 원인을 난민들에게 돌렸다. 국경에서 난민을 강제 추방하거나 해상으로 밀어내는 비인도적 조치로 유럽연합(EU)의 비판을 샀다.
'역사적 앙숙', 난민 문제로도 해묵은 갈등
그리스와 튀르키예의 난민 갈등은 잔뜩 곪아 있다. 2015~2016년 시리아 난민 수 백만 명이 내전을 피해 두 나라로 몰려들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다. 최종 목적지가 북·서유럽인 시리아 난민 대부분은 육로로 튀르키예에 간 뒤 배를 타고 그리스로 넘어간다. 난민들을 그리스로 밀어내려는 튀르키예와 저지하려는 그리스가 기싸움을 벌여왔다.
튀르키예는 EU에서 60억 유로(약 8조4,000억 원)를 지원받는 대가로 난민 수백만 명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20년 지원금이 부족하다며 그리스로 통하는 국경을 열었다. 그리스는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것으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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