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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쓴 책 어떨까… 김대식 교수 "미래 보여주는 티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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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쓴 책 어떨까… 김대식 교수 "미래 보여주는 티저"

입력
2023.02.27 17:09
수정
2023.02.27 19: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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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질문하고 챗GPT가 대답한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이날 간담회에서 강연하는 김 교수. 연합뉴스

27일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질문하고 챗GPT가 대답한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이날 간담회에서 강연하는 김 교수. 연합뉴스

“챗GPT가 아직은 (스스로 사고해서 판단하는) 강한 인공지능(AI)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만든 지식을 잘 요약해서 말할 뿐이죠. 다만 미래에 등장할 강한 AI의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예고편, 티저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신도시를 만들기 전에 짓는 모델하우스처럼요.”

김대식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27일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를 사용한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챗GPT와의 대담을 정리한 책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동아시아 발행) 출간 기자간담회에서다. 김 교수는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등의 저서를 통해 AI가 인류에게 미칠 영향을 주시한 뇌과학자. 이번 책을 통해서도 챗GPT의 가능성과 한계를 기민하게 탐색했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질문하고 챗GPT가 대답한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질문하고 챗GPT가 대답한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김 교수는 챗GPT에 사랑, 정의, 죽음, 신 등 철학, 과학, 신학자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고차원적 주제를 물었다. “챗GPT가 어디까지 답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다. 질문. “사랑을 느끼기 위해서는 육체가 꼭 필요할까” 대답. “사랑과 이와 관련된 신체 감각을 느끼는 능력은 신체를 가지고 있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에 물리적 육체가 없는 경우 사람이 느끼는 것과 동일한 감각으로 사랑을 경험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챗GPT는 질문을 ‘이해’하고 대답하는 게 아니다. 3,000억 개가 넘는 문장 토큰(문장을 형성하는 단어나 부호)을 ‘조합’해 질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대답을 내놓는다. 김 교수는 “챗GPT는 인류의 생각과 문장을 반사하는 존재적 메아리이자 거울”이라며 “하지만 그런 기계의 문장이 너무나도 완벽하기에, 어쩌면 우리 인간 역시 결국 미리 학습된 문장들 간의 확률 패턴만을 재조합해 서로에게 들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챗GPT는 ‘무한한 정보가 들어 있는 도서관’이다. 보관된 정보는 실로 방대하고, 조합해 내놓는 결과값은 예측할 수 없게 다양하다. ‘사서’인 인간이 중요하다는 얘기. “AI와 잘 대화하는 기술을 익혀, 좋은 대답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게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김 교수는 “제가 살아 있는 동안 이 정도로 대화가 가능한 AI 모델이 등장할지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2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서점에서인공지능 챗GPT가 쓴 자기계발서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이 진열되어 있다. 이 책은 챗GPT가 집필, 교정, 교열을, 번역은 AI 파파고. 인간은 기획, 인쇄, 출판을 담당했다. 뉴시스

2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서점에서인공지능 챗GPT가 쓴 자기계발서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이 진열되어 있다. 이 책은 챗GPT가 집필, 교정, 교열을, 번역은 AI 파파고. 인간은 기획, 인쇄, 출판을 담당했다. 뉴시스

AI가 쓴 '자기계발서'도 나왔다. AI가 인간을 '계발'하기 위해 충고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뜻.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22일 출간된, 국내 처음으로 챗GPT가 쓴 책이다. 글 챗GPT, 번역 네이버 파파고, 표지 셔터스톡AI가 처리한 완벽한 AI의 작품. 편집자들이 책을 기획하고 출간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은 필요한데, 챗GPT는 일주일로 확 앞당겼다. 서진 스노우폭스북스 대표는 통화에서 “원고 작성, 번역, 교정, 편집까지 30시간이 걸렸다”며 “첫 기획부터 독자 손에 쥐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주말을 포함해 7일”이라고 했다.

가공할 속도지만, 내용은 어떨까. 'AI가 쓴 책'이라는 파격적 형식을 거둬 내면, 다소 상투적 내용이 모습을 드러낸다. “자신의 진실성을 진실한 사람에게만 투자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고 진실한 사람들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는 식이다. 서 대표는 “자기계발서는 독자 마음을 툭 건드려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며 “과연 AI가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그 정도 글을 써내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두 책은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넘는 ‘특이점’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자료 수집, 가공, 번역 등 일부 기술적 분야에서 인간 속도를 아득히 추월했음도 분명하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AI의 역할에 지나치게 열광하거나 극단적으로 부정하기보다 필요한 업무에 선택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저작권, 표절 등을 어떻게 규제할지 제도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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