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된 비명계 불만이 무기명 투표와 결합된 결과"
"이재명 거취표명 필요" "찬성표 색출" 후폭풍 예고
체포동의안은 부결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쪼개졌고 이재명 대표는 묵직한 타격을 입었다. 당 지도부가 총력을 다해 거듭 표 단속에 나섰는데도 민주당 이탈표만 30여 표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에 반발하는 비이재명계가 준엄한 경고장을 던진 셈이다. 당내에선 "이 대표 거취 표명이 필요하다", "야당 탄압에 동조하는 비명계와 함께 갈 수 없다"는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민주당이 파장을 가늠할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 조짐이다.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투표 결과 재석의원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으로 집계됐다. 이 대표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의미하는 반대표가 찬성표보다도 적었다. 민주당이 과반의석(169명)을 앞세워 압도적 표차로 부결을 장담한 것이 무색할 정도다.
표결에는 민주당 의원 전원과 야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무소속 의원 5명(김진표 국회의장, 민형배 박완주 양정숙 윤미향 의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참석했다. 구속 수감 중인 정찬민 의원을 제외한 114명이 표결에 참석한 국민의힘과 정의당 의원 전원(6명), 양향자 무소속 의원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더라도 민주당에서만 최소 31명(야권성향 무소속, 용 의원 포함시 37표)이 반대표 대열에서 이탈한 셈이다.
노웅래 때보다 이탈 규모 심각
이탈 규모는 지난해 12월 28일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와 대조적이다. 당시 재석 271명 가운데 찬성 101명, 반대 16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투표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수가 이 대표의 경우보다 적었는데도 노 의원에 힘을 실어준 반대표는 이 대표에 비해 23표나 많았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는 노 의원 때와 비교해 표 단속에 훨씬 공을 들였는데도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연일 기자회견, 야외 집회 등을 이어가며 강조해온 단일 대오가 무너진 것이다. 이 대표 스스로도 비명계 의원들을 1대 1로 찾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했고 "비명계가 우려하는 공천 학살은 없을 것"이라며 거듭 자세를 낮췄지만 공염불이 됐다.
"누적된 비명계 불만이 무기명 투표와 결합된 결과"
무더기 이탈표는 누적된 비명계의 불만이 무기명 투표와 결합돼 증폭된 결과로 풀이된다. 비명계 중진의원은 표결 직후 본보와 통화에서 “중도를 외면한 지도부의 지나친 강성 기조와 이재명 지키기에 대한 불만이 집단적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부결이 예상된 만큼 비명계가 오히려 편한 마음으로 소신표를 행사할 수 있었을 것”(수도권 중진 의원)이란 해석도 나왔다.
일격을 맞은 당 지도부와 친명계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친명계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져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됐다”는 말을 되뇌었다. 다른 친명계 의원은 "이탈표가 많이 나오더라도 10표 이내라고 생각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비명계가 이 대표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려 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거취표명 필요" "찬성표 색출" 정치척 후폭풍 예고
이처럼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비명계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높여 온 ‘부결 뒤 이 대표 사퇴론’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탈표를 던진 의원을 색출해야 한다는 기류도 감지됐다. 친명계 일각에서 “검찰 독재에 동조하는 사람들과 같은 당에 있을 수 있겠느냐"는 서운함이 표출되고 있어 자칫 당 분열로 이어질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검찰의 영장 재청구 가능성이 남아 있어 다음 체포동의안 표결을 생각하면 당장 비명계와 선을 긋기 쉽지 않은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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