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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생아 수 역대 최저인데… 기시다 ‘차원 다른 저출생 대책’은 표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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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생아 수 역대 최저인데… 기시다 ‘차원 다른 저출생 대책’은 표류 중

입력
2023.03.01 19: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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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년 출생아 수, 사상 처음 80만 명 밑돌아
'어린이 예산 두 배 확대' 내걸었지만 오락가락
여론조사 한 달 만에 저출생 대책 기대 급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 도쿄에서 열린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 도쿄에서 열린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에서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으로 80만 명을 밑돈 것으로 발표됐다. 이 같은 결과는 일본 국립연구소의 추산보다 11년이나 먼저 나온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차원이 다른 저출생 대책’을 강조했지만, 아직도 구체적 내용은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어린이 예산 두 배 확대’를 내걸었으나, 정확히 무엇을 늘릴지에 대해선 말을 바꾸고만 있다. 연초만 해도 기대감을 품었던 일본 국민들의 실망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2022년 출생아 수 80만 명 밑돌아... 예상보다 11년 빨라져

기시다 총리는 1일 관저에서 출생아 수 통계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위기적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아동·육아 정책은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투자”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출생아가 79만9,728명으로 전년 대비 5.1% 줄었다는 전날 후생노동성의 인구동태통계와 관련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저출생 대책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없고, 자신의 기존 언급조차 뒤집는 등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지난달 15일 중의원 예산위원회 발언이 대표적이다. 기시다 총리는 당시 정확히 무슨 예산을 두 배로 늘릴 것인지를 묻는 야당 의원 질의에 “2020년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2%인 약 10조 엔 규모의 ‘가족 관련 지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튿날 “그게 아니다”라며 말을 바꿨다. 이후 어린이 예산 관련 질문이 나오면 “6월에 발표할 ‘경제재정운영의 기본방침’에서 제시하겠다”며 답변을 회피하고만 있다.

최측근인 기하라 세이지 관방부장관의 발언도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지난달 21일 민영방송에 출연해 “아이가 늘어나면 그에 따라 예산은 늘어난다. 출생률이 V자 회복을 해서 높아진다면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두 배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어린이 예산 두 배 확대’가 예산을 두 배로 늘려서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게 아니라, 아이가 늘어나면 예산도 두 배로 확대된다는 걸 가리키는 말이었느냐”며 분노했다. 야당도 “사기에 가까운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자민당 내 의견도 엇갈려... 여론조사서 정책 기대감 '싸늘'

자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과거 민주당 정권 시절 자민당이 ‘사회주의적 정책’이라며 거세게 반대했던 ‘아동수당의 소득 제한 철폐’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자민당 내 비도시 지역 의원들은 소득 제한을 받는 게 주로 도시 지역 거주민에 한정된다며 반대했다.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정조회장도 “차라리 그 돈으로 신혼부부에게 거주할 주택을 제공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말만 앞세울 뿐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이자 국민의 시선도 싸늘해졌다. 요미우리신문이 1월 14, 15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의 58%는 기시다 총리의 ‘차원이 다른 저출생 대책’ 포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달 18, 19일 실시한 조사에선 저출생 대책을 ‘기대한다’는 응답이 27%에 불과했고, ‘기대할 수 없다’는 64%에 달했다. 요미우리는 “기시다 총리가 저출생 대책 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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