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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급발진 입증 책임 전환법’ 신속 추진해야

입력
2023.03.02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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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유족 국민청원에 뜨거운 호응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장면. 동영상 캡처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장면. 동영상 캡처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세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피해자에게 차량 결함 입증 책임을 지운 현행 제조물책임법의 개정을 요구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6일 만에 5만 명의 국민동의 청원을 받아, 국회 관련 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선 급발진 사고로 제조사가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는데, 한국에선 단 한 건도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니 기막힌 일이다.

지난해 12월 6일 강릉에서 발생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급발진 의심 사고 영상을 보면, 차량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가운데 운전자인 할머니가 동승한 손자의 이름을 급박하게 부른다. 결국 차량은 공중에 치솟은 뒤 처박혔으며 12세 손자는 목숨을 잃고, 할머니는 큰 부상을 입었다.

피해 어린이 아버지 이모씨는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차량의 결함이 있음을 비전문가인 운전자나 유가족이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제조물책임법 조항을 최소한 급발진 의심 사고 시에는 자동차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전환하는 법 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며 국민동의 청원에 나섰다.

현행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 2는 피해자가 해당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등을 증명한 경우에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2018년 호남고속도로에서 부부가 사망한 BMW 급발진 사고 항소심에서, 유가족이 제출한 증거로 차를 정상 운행하는 상태에서 차량 결함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이지만, 인정된다고 해도 예외적인 경우다. 기본적으로 입증책임을 전환하지 않고서는 제조사는 면책만 받는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선 2013년 도요타가 338건의 급발진 소송에 합의했고, 리콜과 소송 합의금, 벌금 등으로 총 40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4조7,000억 원)를 지불한 것으로 추산됐다.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자 미 당국이 조사에 나서고, 국회가 청문회를 열어 도요타 사장을 소환해 으름장을 놓았다. 한국에선 항소심에서 인정된 BMW 사건조차 1인당 배상금이 고작 4,000만 원이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에 따르면, 연간 급발진 평균 신고 건수는 100건 내외지만 실제 발생 건수는 약 400건으로 본다. 수많은 피해가 쌓이고 있는데 정부와 국회는 언제까지 불합리한 제조물책임법 조항의 개선을 미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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