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타이둬(人太多·사람이 너무 많다)!" 중국을 배경으로 한 조정래의 소설 '정글만리'에도 나오듯, 중국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이 말을 내뱉는다. 평생을 인파에 치여 사니, 이런 말이 절로 나올 법도 하다. 그런 중국에서 최근 인구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 14억1,175만 명, 1년 전보다 85만 명 줄었다. 중국 인구가 감소한 건 1961년 대기근을 겪은 이후 61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예고된 일이었다. 유엔이 예상한 인구 정점 도달 시점(2031년)보다 9년이나 빨랐을 뿐이다. 중국보다 더 놀란 외신들은 지난달 나온 이 소식을 긴급 속보로 전하기 바빴다.
인구 감소의 중심엔 역시나 저출산이 있다. 중국은 진작에 산아제한 정책을 없앴고, 2021년엔 3자녀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도 애 안 낳는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956만 명. 신생아 수가 1,00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도 44년 만에 처음이다.
이를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젊은이들은 '결혼 좀 하라'는 가족의 압박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역사적으로 봐도, 인구가 감소세로 진입하면 이를 되돌리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며 인도에 세계 1위 인구대국 자리를 내줄 처지인 '대륙의 현실'을 전했다.
중국 인구가 정점을 찍었다는 건 여러 의미를 갖는다. 거대 인구는 중국의 굴기를 뒷받침해 온 토대였다. 저렴한 노동력이 수억 명씩 대기하는 노동 환경과 소비력을 발판 삼아 중국은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하지만 결국 올 것이 왔다. 중국의 노동인구(16~59세)는 10년 전만해도 전체 인구의 70% 정도였지만, 지난해 62%까지 줄었다. 인구가 성장을 받쳐주는 '인구 보너스'에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줄고 부양할 고령인구만 쭉쭉 늘어나는 '인구 오너스(부담)'로의 진입이 현실이 됐다. 전문가들은 인구절벽을 "중국의 성장을 제한할 가장 강력한 암초"로 본다.
중국이 꺾이면 우리는 더 힘들어진다. 중국 경제 호황을 틈타 대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출을 맨 앞에서 이끄는 반도체만 해도 중국 비중이 지난해 기준 전체의 40.3%에 달한다.
양적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중국은 이제 산업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 추격은 본격화된 지 오래다. 미국의 압박에 맞선 중국이 내수 확대까지 꾀하면 우리 수출은 점점 코너로 몰릴 수밖에 없다. 중간재 수출로 쌓아온 대중 무역흑자 기조가 유지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30년 가까이 기록하던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해 5월부터 적자로 돌아선 상태다.
찰스 굿하트 영국 런던정경대 명예교수와 경제학자 마노즈 프라단은 2021년 저서 '인구 대역전'을 통해 중국 인구 감소가 불러올 부작용을 일찌감치 경고했다. 저렴한 노동력이 줄고 고령화로 부양 인구만 크게 늘어난 결과, 중국은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세계 경제가 강력한 물가 상승 압력에 직면한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이래저래 중국의 인구절벽이 세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는 건데, 중장기적 관점의 대비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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