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선 "5월 14일 예정대로"
대지진 후 첫 공식화... 연기설 일축
"20년 철권통치에 지지 기반 공고해"
투표소 붕괴·유권자 파악 등은 난제
'21세기의 술탄'으로 불리며 20년간 철권통치를 펼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오는 5월 대통령 선거를 강행하기로 했다. 지난달 초 5만여 명이 숨진 대지진 이후 '무능한 정부'를 비판하는 책임론이 거세지자 대선 패배를 막고자 선거를 연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애초 예정대로 실시하는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재난 수습 과정을 둘러싸고 민심 이반이 여전한 데다, 더딘 복구 작업 탓에 대선이 제때 치러지더라도 정국 혼란이 상당할 전망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앙카라 의회에서 "신의 뜻에 따라 5월 14일 대통령 선거를 예정대로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6일 대지진 발생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이 차기 대선 일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3년 내각제 당시 총리에 오른 그는 2014년 튀르키예 최초의 직선제 대통령으로 선출된 데 이어, 2017년 '제왕적 대통령제'로 개정된 현행 헌법에 따라 2018년 실시된 대선에서도 대통령직을 꿰찼다. 그는 올해 조기 대선 승리로 2033년까지 사실상의 '종신집권'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쉽지 않은 싸움이다. 대지진 사망자가 5만1,000명을 웃도는 가운데, 미흡한 지진 대응과 더딘 구호 과정 등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부글부글 끓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살인적인 고물가가 겹친 최악의 경제난 탓에 에르도안 대통령을 향한 민심이 최근 몇 년간 얼어붙은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는 얘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대지진은 20년간 튀르키예를 대표해 온 에르도안에게 새로운 정치적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고 짚었다.
반면, 대지진 참사가 결국엔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장기집권을 통해 지지 기반을 상당히 공고하게 다져 왔다는 이유다. 엠레 에르도안 이스탄불 빌기대학 교수는 "(대통령이 속한) 정의개발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약 40% 정도는 지진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재난이 불가피했다'는 운명론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만큼, 정부의 실패를 합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NYT에 말했다.
다만 정상적인 대선 준비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과거 투표소 역할을 했던 공공기관 건물이 지진으로 대거 파괴된 데다, 지진 피해로 주거지를 떠난 유권자들도 적지 않다. 선거명부에서 사망자와 실종자를 따로 추려내는 작업도 간단치 않다. 튀르키예 현지 매체들은 "선거위원회 대표단이 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해 선박 컨테이너를 투표소로 활용할 수 있을지, 이재민들이 어떻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을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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