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뒤 정계 입문... 라고스 주지사 연임
여권 막후 실력자... 지난 대선 땐 '킹메이커'
부정부패 의혹·선거 부정 의혹 등 해소해야
나이지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범진보의회당(APC)의 볼라 티누부(70)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하지만 야권에서 투표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안정적인 집권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게다가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이슬람 반군 제압 △뿌리 깊은 부정부패 척결 △경제난 해결 등 쉽지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어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택시 기사 하며 미국 유학...여권 내 실력자로 부상
나이지리아 선거관리위원회(INEC)는 1일(현지시간) 티누부 후보가 총 879만 표(득표율 37%)를 얻어 인민민주당(PDP) 아티쿠 아부바카르(698만 표·29%) 후보, 노동당(LP) 피터 오비(610만 표·25%) 후보 등을 누르고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려면 전체 36개 주(州) 중 24개 주 이상에서 최소 25%를 득표해야 하는데, INEC는 티누부 후보가 이 조건까지 충족했다고 덧붙였다.
1952년 나이지리아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난 티누부 당선인은 197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택시 기사 등으로 일하며 고학으로 시카고주립대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의 컨설팅회사에서 일한 뒤, 1980년대에 귀국해 엑손모빌 현지법인 등에서 근무했다. 1990년대엔 군정 종식을 촉구하는 운동을 하며 정치계에 입문했다.
1999~2007년 나이지리아의 경제 중심지인 라고스 주지사를 연임하는 등 행정 경험도 풍부하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주지사로 일하는 동안 범죄율을 낮추고, 도심 교통 체증을 개선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고 평했다. ‘라고스의 대부’로 불리기도 한다.
이후에는 여권 내 막후 실력자로 입지를 굳혔다. 지난 대선에서도 무함마두 부하리 현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하며 ‘킹메이커’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직접 후보로 출마해 대권을 거머쥐게 됐다. 선거 기간 중 ‘부정부패한 인물’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탄탄한 조직력과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승리를 거뒀다.
치안·경제 등 과제 산적... 야권 '부정선거' 주장도 부담
새 정부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우선 불안한 국가 안보와 치안을 재정비해야 한다. 나이지리아 북동부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반군을 제어하는 게 최대 과제다. 또 빈번한 지역 무장단체의 납치·살해 사건 등도 해결해야 한다.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부정부패 척결도 당면한 현안이다. 다만 티누부 당선인이 부패 의혹의 당사자인 데다, 재산 형성 과정도 불투명해 이 문제 해결에 얼마나 의지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경제난 해결도 어려운 숙제다. 아프리카 최대 인구 대국(2억1,000만 명)이자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는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높은 실업률, 연료와 전력 부족 문제 등을 겪고 있다.
야권에서 제기하는 부정선거 의혹이 정국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선거 결과에 대해선 3주 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데, 선관위가 법규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 등이 입증돼야만 선거 무효 결정이 가능하다. INEC는 부정선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티누부 당선인은 당선 공표 이후 경쟁 후보들에게 "이제 다 같이 한 팀이 돼야 한다"며 "우리의 유일한 나라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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