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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테러냐, 러시아 자작극이냐… 브랸스크 민간인 사망 논란,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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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테러냐, 러시아 자작극이냐… 브랸스크 민간인 사망 논란, 진실은?

입력
2023.03.04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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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설명 모두 다른 러시아, 증거 제시 안 해
"러 자작극일 뿐" 확실히 선 그은 우크라이나
반푸틴 세력 소행?… 러 극우파는 "확전하자"

2일 우크라이나에 의해 러시아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러시아 서남부 브랸스크주에서 경찰관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브랸스크=타스 연합뉴스

2일 우크라이나에 의해 러시아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러시아 서남부 브랸스크주에서 경찰관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브랸스크=타스 연합뉴스

#1. 2일 오전 9시 30분(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러시아 서남부 브랸스크주(州)의 알렉산드르 보고마즈 주지사가 다급히 성명을 발표했다. "브랸스크주 루베차네 마을에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파괴 공작) 그룹이 침투했다." 주지사는 이어 "사보타주 그룹이 드론과 박격포로 공격해 민가가 불타고 있으며, 마을 주민 6명이 인질로 잡혔다"고 밝혔다.

#2. 이날 오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설명은 좀 달랐다. FSB는 "러시아 보안군과 육군이 수십 명의 우크라이나 정규군과 충돌했다"며 "현재는 그들을 국경 밖으로 내몰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3. 같은 날 저녁, 이번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았다. 출장까지 취소하고 TV 앞에 선 푸틴 대통령은 "'네오나치' 테러리스트들이 자동차 안에 어린이가 있는 걸 보고도 총격을 가했다"며 분노를 표했다.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를 본인이 직접 개최하겠다고도 했다. 사안을 엄중히 본다는 의미였다.

동일한 사태의 '주범'에 대한 러시아 측의 설명은 이처럼 미묘하게 달랐다. 현재까지 일치하는 건 '러시아 국적 성인 2명 사망, 11세 어린이 부상'이라는 피해 규모뿐이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이라고 단정하긴 이르다. 러시아가 사진이나 영상 등 객관적 증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크라 "러의 '거짓 깃발' 작전"… 반푸틴 세력 저항설도

2일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러시아군과의 전투에 출격할 전차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하르키우=AFP 연합뉴스

2일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러시아군과의 전투에 출격할 전차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하르키우=AFP 연합뉴스

미국 CNN방송과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브랸스크 민간인 사망 논란과 관련해 우크라이나는 '사실무근'이라며 차분히 대응하는 모습이다. 지난주 우크라이나군 북부사령부는 이미 "국경지대에서 곧 러시아의 '거짓 깃발' 작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정보보고를 한 상태였다. 거짓 깃발 작전은 적군이 먼저 공격한 것처럼 상황을 꾸민 뒤, 군사적 책임을 떠넘기는 전략을 뜻한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도 러시아 측의 주장에 대해 "매우 전통적이고 고의적인 도발"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 군대의 러시아 본토 공격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아 왔다. 이와 달리, 이번에는 초기부터 분명한 태도로 대응에 나선 셈이다. '러시아의 자작극'이라는 얘기다.

2일 자신들을 '러시아 의용군'이라고 소개한 두 명의 남성이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브랸스크 지역 공격 논란에 대해 말하고 있다. 텔레그래프 캡처

2일 자신들을 '러시아 의용군'이라고 소개한 두 명의 남성이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브랸스크 지역 공격 논란에 대해 말하고 있다. 텔레그래프 캡처

가장 유력한 가설은 "푸틴에 반대하는 러시아인 저항세력이 독자 행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근거는 FSB 발표 직후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두 개의 동영상이다. 영상에는 자신들을 '러시아 의용군(RVC)'이라고 밝힌 남성 두 명이 브랸스크의 한 건물 앞에서 "우리가 푸틴에 저항하자는 의미로 (FSB가 말한) 공격을 벌였고, 류베차네 마을을 잠시 장악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안드리 유소프 우크라이나 군사정보부 대변인도 "푸틴 정권에 맞서 싸우는 러시아인들이 마침내 깨어난 것 같다"고 밝혔다. RVC라고 지칭하진 않았으나 이들이 이번 사태의 주범일 수 있다는 취지다. 물론 유소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는 반푸틴 러시아 세력과 아무런 접촉도, 관련도 없다"고 강조했다.

2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행사장에 나타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2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행사장에 나타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러시아는 아직 관련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통상적이라면 자국민의 인명 피해 상황, 사태 수습 과정이 언급돼야 할 시점인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강경 극우파들의 '전쟁 확대' 요구만 쏟아지는 중이다.

대표적인 러시아 극우파인 콘스탄틴 말로피예프는 "우크라이나의 브랸스크 공격으로 마지막 '레드라인(금지선)'이 지워졌다"고 강조했다. 람잔 카디로프 체첸 공화국 수장도 "국경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한 뒤, 우크라이나와 '규칙 없는 전쟁'을 시작하자"고 증오를 부추겼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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