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공개된 CNN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무기지원 요청이 쇄도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한 총리는 “올해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1억3,000만 달러 늘리기로 결정했다”며 “전기·발전 등 분야에서 지원하려 한다”고 했다. 살상무기 지원에 대해선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현재는 아니다”라고 다소 애매하게 말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앞서 같은 취지로 국회에서 말했는데, 이런 발언들은 살상무기 지원은 하지 않는다던 정부 입장에 변화를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미국에 포탄 수출을 논의한 사실이 미 언론에 보도되면서 간접 무기지원 정황이 처음 공개됐다. 방탄헬멧, 의료품 등 군수품 지원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긴 했으나 미군 지원인 점에서 큰 논란은 없었다. 그러나 직접 무기지원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분노하는 것과는 별개로 한반도 상황을 감안해 운신의 폭을 세밀히 계산해야 한다. 러시아가 북한과 협력을 공고히 하면 한반도 안정에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무기를 제공하면 “양국 관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물론 국제사회는 군사적 지원을 압박하고는 있다. 1월 나토 사무총장이 방한해 이 문제를 처음 꺼냈고 최근엔 젤렌스키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인사들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미 백악관의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각국이 결정할 주권 사항”이라면서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지원하길 원한다”고 했다.
정부로선 무기지원 가능성에 대해 불확실한 답변을 지속하는 것도 전략일 수는 있다. 하지만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 자체가 한반도에는 신냉전 구도를 다지는 리스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역할은 해야겠지만, 한반도 안정을 훼손할 무기지원은 불가하다라는 입장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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