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허위사실 공표' 재판 본격 시작
검찰 "당선되려 의도적 허위사실 공표"
"김문기, 이재명 휴대폰 번호 2개 저장"
벌금 100만원 이상 땐 대선 출마 불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재판이 시작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선 기간 당선을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밝혔지만, 이 대표는 "자의적 해석을 통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고 맞섰다. 선고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의원직 유지와 차기 대선 출마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강규태)는 3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에 대한 첫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 대표가 피고인석에 앉은 건 2020년 10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뒤 2년 6개월 만이다.
"당선 위한 허위사실 공표" vs "자의적 해석"
이 대표는 2021년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대표가 수차례 방송 인터뷰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 몰랐다"며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부 장관이 도시관리계획 변경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한 부분도 문제 삼았다.
검찰은 70여분에 걸쳐 공소장을 낭독하며, 이 대표가 당선을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언급했다고 강조했다. 성남시장 재직 시절 해외출장에서 함께 골프를 쳤던 김 전 처장을 몰랐을 수가 없고, 백현동 용도 변경 과정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는 선거 국면에서 불리한 쟁점에 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자 (자신과의) 연관성을 조기에 차단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혐의를 뒷받침할 물증도 제시했다. 김 전 처장의 휴대폰을 포렌식한 결과 '이재명 시장'과 '이재명 지사'로 저장된 번호 2개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경기지사가 된 이후였다면 이재명 시장으로 저장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화번호를 최소 2개 이상 공유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이 딸에게 이 시장과 골프를 쳤다고 자랑하는 내용의 동영상도 증거로 제시했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의 기소 자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의 "몰랐다"는 발언을 김 전 처장과의 골프 모임 등을 끌어들여 '허위사실'이라고 무리하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은 "'안다'와 '모른다'의 객관적 기준을 설정할 수가 없어 증명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공식석상과 사적인 자리에서 단독으로 대면해 얘기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로, 김 전 처장을 사적으로 접촉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 측은 특히 해당 발언을 '사실'로 보더라도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①골프 모임과 업무 보고 등은 후보자 자질과 관련이 없을뿐더러 거짓말을 하더라도 선거에서 유리해지지 않고 ②인터뷰어의 질문에 대한 즉흥적 대답이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백현동 의혹에 대해선 "관련 공판이 시작되면 입장을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의 형평성 문제도 언급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김만배와 개인적 관계가 없다"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이에 '''김만배를 몰랐다'는 윤석열 후보 말에 대해선 조사도 없이 각하했고, '김문기를 몰랐다'는 이재명 말에 대해선 압수수색과 수십 명의 소환조사를 통해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윤 후보 발언은 '김만배와 개인적 친분이 없다'는 취지인데, 이 후보 발언은 '김문기와 함께 한 행위나 교류 사실이 없었고, 호주 출장 당시 골프를 친 사실도 없다'는 취지"라며 "윤 후보는 친분도에 대한 의견표명이었고, 이 후보는 구체적인 사실표명인 만큼 성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의원직·대선 걸려... 정치 생명 가를 뇌관
법조계에선 이번 재판의 정치적 의미가 가볍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확정 판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재판은 사안이 복잡하지 않아 신속하게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벌금 100만 원 이상의 유죄를 확정받으면 파장은 상당하다.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7년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대선 과정에서 사용된 선거비용 431억 원과 기탁금 3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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