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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음악에 미치고 배고파 본 방시혁이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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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음악에 미치고 배고파 본 방시혁이 '베스트'"

입력
2023.03.03 20:37
수정
2023.03.0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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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가처분 인용 후 SM 임직원 및 가수 등에 편지 보내

이수만(왼쪽)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와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SM·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수만(왼쪽)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와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SM·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가 자신이 카카오 상대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을 막아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3일 법원이 받아들인 직후 "내게 '베스트'는 하이브였다"고 지분 매각 이유를 전했다.

이 전 총괄은 이날 오후 SM 임직원과 가수 그리고 팬을 대상으로 편지를 보내 "내게 베스트는 프로듀싱이다. SM과는 경쟁 관계였지만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우리 국민 모두의 자랑"이라며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저와 같은 음악 프로듀서로서 배고픈 시절을 겪어 본 사람이고, 저처럼 음악에 미쳐 살았고, 저와 같은 애정으로 아티스트를 대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내 선택 이유"라고 했다.

이 전 총괄에 따르면, 그는 2년 전부터 SM 지분 매각을 준비했다. "SM 무대에서 내려갈 결심"이 선 게 이유였다. 그는 현 SM 경영진에게서 이 전 총괄 없는 'SM 시대'를 준비해달라고 재촉했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를 비롯해 여러 대기업과 해외 글로벌 회사 등이 SM을 원했고, 그를 찾아왔다.

이 전 총괄은 "SM의 '포스트 이수만'은 오랜 고민이었다"며 "엔터테인먼트는 창의의 세상이다. SM을 제 자식이나 친인척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더욱 번창시킬 수 있는 이 업계의 베스트에게 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SM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고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그 사람들이 맡아야 한다고도 말했다"고도 했다.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이 전 총괄 측 제공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이 전 총괄 측 제공

이 전 총괄은 그가 보유한 SM 지분 14.8%를 하이브에 넘겼다. 이를 통해 하이브는 단숨에 1대 주주가 됐고, 이 전 총괄이 SM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줄었다. 그는 "저와 함께했던 아티스트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꿈 가득한 그대들을 만나 고진감래의 시간 속에 함께 울고 웃으며 음악을 만들었다"며 "손끝, 발끝까지 온 에너지를 쏟아 무대 집중 퍼포먼스를 해내는 당신들이 오히려 제 선생님이었다. 존경하고 대견하고 고맙다"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자신과 대립각을 세운 현 경영진을 향해선 "여러분과 함께했던 날들에 나는 후회가 없다"며 "SM은 내게 도전이었고, 행복이었고, 축복이었다"고 했다.

이 전 총괄은 1989년 SM 기획을 설립한 뒤 K팝 전성시대를 열었다. H.O.T.를 시작으로 S.E.S.,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을 줄줄이 제작해 K팝 세계화에 앞장섰다. 그는 "SM 맹장으로서의 인생 1막을 마치고 이제 2막으로 넘어간다"며 "제 넥스트는 테크놀로지와 문화가 만나는 곳이다. 그곳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겠다"고 했다.

다음은 이 전 총괄 편지 전문

사랑하는 SM 가족 여러분, 그리고 SM을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1970년대 더벅머리 발라드 가수가 된 이래 저는 평생을 대중과 함께 살았습니다. 가수로서, MC로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프로듀서가 된 후 배출한 가수들이 또 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최근에 에스엠을 둘러싸고 일어난 많은 일들에 송구한 마음은 그래서 더 큽니다.
1989년 SM 기획을 세울 때 저는 청춘이자 스타트업이었습니다. 노래가 좋아서 가수에게 필요한 시스템을 현장에서 고민했습니다. 음악산업의 서구 모델을 연구하여 SM의 회사구조를 세웠습니다. 한국형 팝, 아이돌의 세계는 선진국형 비즈니스 모델에 한국형 인재 육성 모델을 조합하여 이룬 것입니다. SM과 함께 JYP, YG, 그리고 하이브 등 K팝이 세계에서 이룬 업적은 대한민국의 기적이자 축복입니다.
그사이, 어느 덧, 현진영에서부터 H.O.T.,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NCT와 에스파에 이르기까지 그 세월만큼 저의 청춘도 흘러갔습니다.
SM의 ‘포스트 이수만’은 제 오래된 고민이었습니다. 엔터테인먼트는 창의의 세상입니다. 저는 SM을 제 자식이나 친인척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더욱 번창시킬 수 있는 이 업계의 ‘베스트’에게 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SM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고,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그 사람들이 맡아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제게 ‘베스트’란 프로듀싱입니다. 프로듀싱은 스타가 탄생하는 순간까지 수 없는 실패를 견디며 낮 밤을 가리지 않는 창의와 열정의 세계입니다. 팬들의 가슴 속으로 달려 들어가 그들의 떼창, 눈물, 감동, 그리고 희망을 만들어내는 스타의 무대 뒤에는 그 스타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프로듀서들의 세계가 있습니다. 대중이 없으면 스타가 없고, 스타가 없으면 프로듀서가 없고, 프로듀서가 없으면 음악 산업은 성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역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년여는 SM에게 가장 적합한 ‘베스트’를 찾는 시간이었습니다. 한편 현 경영진에게는 이수만이 없는 SM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재촉했습니다. 저는 이미 SM의 무대에서 내려갈 결심을 했으니까요. 하이브, 카카오를 비롯헤 펀드, 대기업, 해외 글로벌 회사 등이 SM을 원했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제게 ‘더 베스트’는 하이브였습니다. SM과는 경쟁 관계였지만, BTS의 성공은 우리 국민 모두의 자랑입니다.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저와 같은 음악 프로듀서로서 배고픈 시절을 겪어 본 사람입니다. 가수 지망생들과 분식으로 식사를 때우며 연습실에 파묻혀 있었던 사람, 투자자를 구하기 위해 산지사방으로 돌아다녀 본 경험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 또한 저처럼 음악에 미쳐 살았고, BTS 라는 대기록을 세운 인물입니다. 저는 그가 저와 같은 애정으로 아티스트들을 대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신, 제 선택의 이유는 그것이었습니다.
SM 맹장으로서의 인생 일막을 마치고, 이제 저는 이막으로 넘어갑니다. 저의 넥스트는 테크놀로지와 문화가 만나는 곳입니다. 그곳을 향해 저는 저벅저벅 걸어갑니다.
SM 가족들 뿐만 아니라 현 경영진에게 말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했던 날들에 저는 후회가 없습니다. SM은 제게 도전이었고, 행복이었고, 축복이었습니다.
저와 함께 했던 아티스트들에게도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꿈 가득한 그대들을 만나 고진감래의 시간속에 함께 울고 웃으며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손끝, 발끝까지 온 에너지를 쏟아 무대 집중 퍼포먼스를 해내는 당신들이 오히려 제 선생님이었습니다. 존경하고 대견하고 고맙습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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