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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아들이 남긴 반려견 영상에... 미국 명문가 변호사, 가족 살해 덜미

입력
2023.03.05 15: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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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캐롤라이나 법조 명문 머독가 4대손
개 사육장 옆 아내·아들 총기 살해 혐의 인정
'가석방 없는 종신형'...횡령·보험사기 재판도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알렉스 머독(가운데)이 3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월터보로 재판정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기 전 변호인들과 함께 서 있다. 월터보로=AP 연합뉴스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알렉스 머독(가운데)이 3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월터보로 재판정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기 전 변호인들과 함께 서 있다. 월터보로=AP 연합뉴스


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에서 머독 가문은 법조 명문 집안으로 통했다. 변호사인 알렉스 머독(54)의 증조부는 주 남부 5개 카운티를 관장하는 선출직 지역 검사장을 1920년부터 지냈고, 이어 조부와 부친이 2006년까지 연달아 검사장을 지내는 등 머독가는 지난 100여 년간 이 지역의 대표적인 가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3일(현지시간) 4대손 알렉스 머독이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으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머독과 변호인은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머독은 850만 달러(약 110억 원) 규모 자금 횡령과 보험사기 등 다른 죄목으로도 기소돼 감옥행을 면하기 어려운 상태다.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21년 6월 7일 밤. 머독의 아내 매기(52)와 아들 폴(22)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아일랜튼의 머독 가문 사냥용 별장 개 사육장 옆에서 총에 맞아 숨져 있는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머독이었다. 머독은 출동한 경찰에게 ‘치매를 앓고 있던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더니 가족이 총에 맞아 있었다’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출동한 경찰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수사 초반 범행에 사용된 총기 2정도 찾을 수 없었고, 목격자나 다른 범행 증거도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머독의 전화기와 차량 등을 추적했으나 결정적 증거는 아니었다.

2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월터보로 컬레튼카운티 재판소 법정에서 공개된 알렉스 머독 가족 사진. 월터보로=AP 연합뉴스

2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월터보로 컬레튼카운티 재판소 법정에서 공개된 알렉스 머독 가족 사진. 월터보로=AP 연합뉴스


그러다 반전이 일어났다. 범행 현장인 개 사육장 근처에는 가 본 적도 없다고 했던 머독이 총격이 일어나기 직전 개 사육장 근처에서 말을 하는 영상이 확인된 것이다. 숨진 아들 폴이 반려견 ‘버바’를 찍은 50초짜리 ‘스냅챗’ 영상이었다. 머독은 이 영상에서 얼굴이 나오지 않지만 “버바, 이리 와”라고 부르는 목소리로 등장했다.

결국 머독은 법정에서 거짓말을 인정했다. 이는 유죄 평결의 결정타가 됐다. 미 MSNBC는 “개 버바가 머독의 유죄에 핵심 역할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머독은 가문이 운영하던 로펌과 의뢰인 등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을 빼돌리고, 1,200만 달러 상당의 생명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누군가에게 자신을 살해해 달라고 요청한 보험 사기 혐의로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에 수십 년 동안 중독됐던 머독이 방탕한 생활 비용 조달 때문에 여기저기서 돈을 횡령했다고 보고 있다. 횡령 수사가 시작돼 그를 압박하자 이를 방해하고 동정표를 얻기 위해 누군가 아내와 아들을 죽인 것처럼 모의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머독은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다정한 아버지이자 남편”이라면서 “당국이 다른 용의자들은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았다”라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머독은 항소심을 벼르고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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