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목표치로 예상 밑돈 "5% 안팎" 설정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 여전... "안정적 내수 촉진"
"지난해 실패 만회 위해 보수적 목표 설정" 분석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로 제시한 '5% 안팎'은 당초 시장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 경기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제로 코로나 리스크'를 제거하고도 다소 보수적으로 목표를 잡았다고 볼 만하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를 정면돌파하기보단, 일단 내수부터 회복해 안정적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역대 최저치'라는 점이다. 5일 개막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서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를 '5% 안팎'이라고 밝힌 건 바꿔 말하자면, '5% 이하'도 염두에 둔다는 의미다. 1994년 중국이 GDP 기준 성장률 목표를 제시한 이래, 5% 이하를 제시한 건 처음이다. 지난해 목표치를 5.5%로 제시했다가, '상하이 봉쇄' 등 봉쇄 정책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며 3% 성장에 그친 탓이 크다.
'제로 코로나' 버리고도 신중한 경제 전망
'위드 코로나 전환' 원년 격인 올해의 경우, 당초 '5~6% 이상 성장'을 목표로 세우고 이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었다. 방역 완화 후 중국 정부가 국내 소비 진작을 강조해 온 데다, 지난해 경기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도 기대됐다. 실제로 중국 경기 동향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는 지난달 52.6으로 전달 대비 2.5포인트 상승,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에 비춰, 일각에선 '6% 이상의 목표치를 제시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중국 경제활동 정상화(차이나 리오프닝) 효과가 현재의 대내외 리스크를 상쇄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리커창 총리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중국 경제에 대해 "여러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당면한 현안으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 △미국 등 서방의 견제 △국내·외 수요 부족 △부동산 및 중소기업 리스크 등을 꼽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약한 소비자 신뢰, 수출 둔화, 여전히 압박받는 주택시장을 고려할 때 중국 최고 지도부가 경제 회복 여부를 지금도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무질서한 부동산 시장 확산 관리"...리스크 관리에 무게
보수적 목표 설정엔 중국 지도부의 심리적 위축도 작용했을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은 당초 목표치의 절반 수준인 성장률을 기록했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리더십에도 적잖은 생채기가 났다. 올해는 '시진핑 3기' 체제의 원년 격이라는 점에서, 일단은 '목표 달성'이라는 치적을 쌓는 게 더 절실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리 총리는 이날 보고에서 "안정적 성장을 의미하는 '온중구진(穩中求進)'을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수출보다는 내수 촉진에 방점을 두겠다는 뜻이다.
세부적인 경제 목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속도감 있는 성장이 아니라, 내수 활성화와 리스크 관리에 무게가 실렸다. 국무원은 중국 경기 침체의 최대 리스크로 꼽힌 부동산 문제와 관련, "부동산 시장의 무질서한 확장을 방지해야 한다"며 "부동산 기업의 부채 상황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재정적자율 목표는 GDP의 3% 안팎으로 제시됐다. 지난해 대비 0.2%포인트 오른 수치로,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정부 지출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도 지난해 3조6,500억 위안(약 684조7,400억 원)에서 올해 3조8,000억 위안(약 712조8,800억 원)으로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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