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변제안 수령 거부 땐 공은 대법원에
정부 제3자 변제안에는 "위법 가능성 있어"
"채무 성격 달라 당사자 거부 땐 변제 불가"
배임·구상권 포기엔 "공익성... 위법 어려워"
정부가 6일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으로 '제3자 변제'를 공식화하자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전범기업 대신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덕에 성장한 국내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출연받아 피해자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변제 방식이 전례가 없는 데다, 자금을 출연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배임 논란도 일고 있어 법적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변제안 수용 안 하면 공은 대법원으로
법조계 의견을 종합하면 피해자 측이 변제안을 수용하면 배상 판결은 완성된다.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인한 배상금을 재단이 지급하는 돈으로 갈음하자는 게 변제안의 취지다. 전범기업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결론은 유지하면서, 판결 집행(배상금 지급)은 외교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대체로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과 변제안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는 징용 피해자 배상금 강제집행 사건을 심리 중인 법원에 돈을 공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전범기업 자산을 강제매각하길 원하는 피해자들은 공탁의 위법성을 주장할 수 있다.
피해자가 정부 공탁에 반발하면 대법원이 변제안의 적법성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 피해자 측 김정희 변호사는 "징용 배상금은 아파트 분양대금 같은 채무와 똑같이 평가할 수 없을뿐더러 피해자들이 거부하는 만큼 변제가 성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 측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채권·채무 이행 관점에서 판결금은 법정채권이기 때문에 일본 기업 대신 제3자의 변제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법조계에선 변제안의 위법 가능성에 좀더 무게를 싣고 있다.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가 조약을 맺더라도 확정된 판결로 발생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면 삼권분립에도 위배될 수 있다"며 "대법원은 법대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해식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도 "정부가 전범기업들을 대신해 변제해줄 권리와 의무가 없기 때문에 공탁 자체가 법적으로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이 공탁의 적법성을 인정하면 피해자들은 재단이 주는 돈을 그대로 받아야 한다.
자금 출연은 배임? 구상권 청구 안 하면?
법조계 일각에선 국내 기업들의 자금 출연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경제적 이익 없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돈을 출연하게 되면 경제적 손해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주주들이 배임 혐의로 경영진을 고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기업들이 강제징용과 관계가 있는 데다 출연에 따른 공익성도 있기 때문에 사회 통념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일본 전범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 기업이 배상금을 대납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전범기업에 대납한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게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상권은 포기할 수 있고, 이를 문제 삼더라도 정당한 이유가 입증되면 형사처벌하기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에게 "현재로서는 구상권 행사에 대해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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