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포천의 돼지농장에서 숨진 뒤 유기된 태국인 노동자의 숙소 모습이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돈사와 붙은 샌드위치 패널 숙소엔 곰팡이가 가득하고 난방시설도 없었다.
2020년 12월 캄보디아 출신 여성 노동자 누온 속헹이 난방시설이 없는 농장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병을 앓다가 숨진 뒤에도 달라진 게 없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부터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 농·축산업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 신청을 불허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서류에 거주시설을 ‘주택’, ‘빌라’로만 써놓고 여전히 비닐하우스 가건물에 거주한다. 단속 사각지대가 너무 넓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전북 고창군의 한 허름한 건물에서 50대 태국인 부부 노동자가 추위를 피하려고 방 안에 장작불을 피우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포천과 고창 사건의 피해자들이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다곤 하지만, 합법적인 노동자의 사정도 다를 것이 없다. 이주 노동자 단체들에 따르면, 열악한 가건물 좁은 방에서 여러 명이 같이 살고, 화장실도 근처에 없어서 멀리 가야 하고, 그러면서도 사용주는 1인당 거주비로 월 30만, 40만 원씩 받는다. 이주인권단체들은 지난 3일 “임시 가건물 기숙사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주의 월세 장사로 이주노동자들에게 이중고를 주는 숙식비 지침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라”며 고용부를 규탄했다.
고용허가제(E-9 비자)로 국내 체류하는 인력은 24만5,000명가량이며, 올해엔 역대 최대인 11만 명이 들어온다. 그런데도 제도는 이들에게 적대적이다. 임금체불을 진정한 이주 노동자의 E-9 비자가 만료되면 법무부는 임시비자인 G-1 비자를 주는데, 이 비자로는 취업을 할 수 없다. 결국 임금도 못 받고 고국으로 내쫓기거나, 불법체류자가 되는 길밖에 없다.
한국 경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이들의 노동에 따른 혜택은 모두 누리면서, 언제까지 임금도 안 주고 내쫓고 곰팡이 핀 숙소에서 죽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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