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에만 언급된 기금
일본 측에선 배상문제 해결 뒤 공식화할 전망
결과에 따라 백지화 가능성도
미래청년기금(가칭)은 일본 측에서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해 유일하게 참여할 수단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 한일 양국 정부 관계자 누구도 기금을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지만 배상 문제가 마무리되면 일본 측에서 공식화하며 실체를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일 재계 관계자와 외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전날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으로 배상금 변제 카드를 꺼내면서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고 기업 등은 참여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일본 민간 기업의 자발적 기여는 막지 않기로 해 간접적 배상 창구를 열어뒀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미래청년기금'이라 부르며 기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또 일부 일본 언론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에 검토를 제안했다"고도 했다. 양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과 게이단렌이 관계 개선을 위해 청소년 장학금 사업을 벌이기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게이단렌에는 징용 배상 소송의 피고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도 회원사로 가입돼 있어 자연스럽게 회비나 기여금을 내는 형식으로 우회 참여가 가능하다.
전경련도 일본 측이 확보한 기금 액수에 맞춰 회원사인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모금을 할 수도 있다. 일본 교토통신은 "일본 기업이 피고 기업의 배상금을 대신 부담하는 재단에 기부하는 것을 사실상 용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경련조차 검토 못한 미래청년기금
그러나 이 기금이 실제 어떻게 운영될지 구체적 밑그림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조차 전날 정부 입장을 발표하며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양국 경제계가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전경련 실무진조차 기금 조성 검토 사실이 알려지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단체 관계자들은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정부 발표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사실상 정부와 사전 조율이 없었음을 인정했다.
전경련은 6일 오후 늦게서야 입장문을 내며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한 양국 정부 간 합의를 계기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 방안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금과 관련해서는 "기금에 관한 논의를 포함해 모든 방안을 제로(0) 베이스에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기금이 현실화되려면 정부의 말처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한다. 요미우리신문도 "배상 문제가 정리돼야 피고 기업이 가입한 게이단렌이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 사업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측에서 '숙제'를 먼저 하지 않으면 기금 자체가 틀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전경련 기금 모금에 나선다고 해도 쉽지만은 않다. 삼성전자,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이 회원사가 아니어서 모금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어렵고 현 김병준 대행 체제에선 회원사 간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의 시작이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이었기에 전경련 입장에선 또 다른 기금 조성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재계의 큰 형님 역할을 회복하려면 4대 그룹이 합류할 수 있는 당위성을 만들어 설득해야 하고 국민적 지지도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