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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메'의 공습

입력
2023.03.07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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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8일 개봉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개봉해 관객 1,000만 명을 동원했다. 미디어캐슬 제공

8일 개봉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개봉해 관객 1,000만 명을 동원했다. 미디어캐슬 제공

국내 개봉 일본 영화 역대 흥행 1위가 지난 6일 바뀌었다.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너의 이름은’의 흥행 수치(380만 명)를 넘어서며 새 기록을 세웠다. 6일까지 관객이 385만 명으로 400만 명 고지를 넘볼 만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관객몰이는 예사롭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 관객이 줄어든 상황에서 일본 영화 흥행 왕좌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극장 관객은 1억1,281만 명으로 2019년의 68% 정도였다.

□ 일본 영화는 한국 극장가에서 큰 비중을 점하지 못했다. 한국 영화와 미국 영화 틈바구니에서 시장점유율(관객 기준) 1%가량을 차지하는 정도였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등 애니메이션을 내세워 시장을 확대해 왔다. 2021년에는 6.2%, 지난해에는 3.9%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역대 흥행 순위만 봐도 애니메이션 강세가 두드러진다. 1~6위가 애니메이션 차지다.

□ 국내 시장에서만 일본 애니메이션의 위세가 두드러진 건 아니다. 미국 시장 조사 회사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칭)의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286억 달러(약 37조 원)로 추산된다. 한국 영화가 지난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 약 7,233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코로나19가 전화위복이 됐다. 온라인 공개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에까지 콘텐츠를 선보이며 매출이 급증세다.

□ 올해 국내 극장가는 아니메의 공세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2일 개봉한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가 32만 명을 모으며 만만치 않은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8일에는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한다.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는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가 하반기 극장가를 찾을 전망이다. 6일 기준 올해 일본 영화 시장점유율은 24.4%다. 누그러진 반일 정서를 감안하면 아니메의 선전이 이어질 듯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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