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윤석열ㆍ기시다 선언 기대... 경제 사회 문화 개선 의지 담을 듯
일본의 '성의' 이끌 수 있을지가 관건... "日 기업들 참여 선언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당초 계획보다 이른 이달 중순 일본을 방문해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만약 방일이 성사되면 윤 대통령 대일 외교의 2차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을 두고 미래지향적 관계의 물꼬를 열었다는 평가와 일본의 사과가 없어 미흡하다는 지적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정상 간 논의를 통해 일본의 추가적인 호응 조치를 도출해 낼 수 있느냐가 이번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일 간 미래지향적 협력은 한일 양국은 물론, 세계 전체의 자유, 평화, 번영을 지켜줄 것이 분명하다”며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 양국 정부, 각 부처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경제계와 미래세대의 내실 있는 교류 협력 방안을 세심하게 준비하고 지원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전 부처 차원에서 이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일본 방문을 대비하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윤 대통령이 오는 16, 17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회담이 성사될 경우를 대비해 정부는 △경색 국면에서 내려진 양국의 적대적 조치 해제 △한일 정부 차원에서의 교류 협력 발표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시다 총리의 방한 확답을 통해 한일 셔틀외교를 복원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재개,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및 화이트리스트 재편입 등 한일 간 정치ㆍ경제ㆍ안보 교류를 정상화하는 것도 의제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나아가 정부는 보다 실질적인 교류를 위해 마약과 같은 국제범죄 공동 대응, 환경과 기후변화 공동 대응, 청소년 교류 강화 등 양국 부처가 공동 추진할 수 있는 주제들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관계 개선을 넘어 경제ㆍ사회ㆍ문화 전반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담은 ‘윤석열ㆍ기시다 선언’이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양국 정상 간 만남을 계기로 경제 당국뿐 아니라 각 부처가 정부 대 정부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들을 물색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물론 방일 성과를 좌우하는 시금석은 윤 대통령이 강제동원 해법과 관련해 기시다 총리의 추가적인 호응을 어느 정도 얻어내느냐가 될 전망이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전날 일본의 조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 찼다.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야당과 피해자단체를 달랠 수 있는 일본의 후속조치를 견인하는 게 당면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미 공은 일본으로 넘어가 있어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다. 대통령실도 전범기업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에 지원금을 출연하는 것은 어렵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일단은 받아들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전범기업이 아닌 일반기업들이 재단 출연을 확정하거나, 전범기업들이 ‘미래청년기금’(가칭) 참여를 공식화하는 방식으로 성의 표시를 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민간의 자발적 기부 활동에 특별한 입장을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건 일본 기업의 기부를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정상회담을 통해) 충분히 성의 표시를 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일본의 정치 상황이 변수가 될 가능성도 크다. 자민당 내 온건파로 내각 장악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시다 총리가 선거를 앞두고 일본 국내 여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일본이 취할 수 있는 조치의 폭은 우리의 기대에 못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