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국대 센터’ 양효진(34·현대건설)이 지난 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V리그 페퍼저축은행과 경기에서 역대 최초로 개인 통산 7,000득점을 돌파했다.
2007~08시즌 전체 4순위로 프로에 데뷔한 이후 16시즌(462경기 1,771세트) 만에 작성한 대기록이다. 이 부문 2위 황연주(현대건설)가 5,764점이고 3위부터 정대영(도로공사·5,564점) 한송이(인삼공사·5,281점) 박정아(도로공사·5,191점) 순이다. 남자부 1위 박철우(한국전력)가 6,573점(18시즌 525경기 1,816세트)인 점을 고려하면 양효진의 이 기록은 '전무후무한 기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효진은 블로킹 1,450득점(역대 1호)도 함께 세웠다.
하지만 양효진은 기념비적인 기록 소식에 “많이 하긴 했네요”라며 덤덤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현역 선수라 그런지 (기록이) 크게 와닿진 않는다”면서 “다만, 은퇴 후 돌아봤을 땐 ‘내가 뭔가 해내긴 했구나’라며 뿌듯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엔 좋은 일이 있으면 선수단에 커피를 돌리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커피를 쏠 것이냐’는 질문에 양효진은 공을 한국배구연맹(KOVO)에 슬쩍 넘겼다. 그는 “그동안 득점과 블로킹 서브 등 기록은 많이 세운 것 같은데, 연맹으로부터 상금을 받은 건 꽤 오래된 것 같다. 상금을 받아서 커피를 쏘겠다. (KOVO가) 입금 좀 해 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양효진이 가장 최근 ‘기준 기록’을 달성해 상금을 받은 것은 지난 2021년 10월 24일(서브 300득점, 400만원)이다.
올해로 만 34세다. 리그 선배 정대영(42·도로공사) 한송이(39·인삼공사) 등 미들블로커의 선수 생명이 비교적 길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1만 득점'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매 시즌 평균 450~500득점을 올리는 양효진이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양효진은 그러나 ‘향후 더 이루고 싶은 기록이 있느냐’는 질문에 “기대해 주시는 팬들에겐 죄송하지만, 정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양효진은 “어릴 땐 수치와 기록을 따지면서 배구했다. 연속 시즌 블로킹 1위 기록은 정말 해 보고 싶었고 실제로 달성했다”라고 했다. 양효진은 2009~10시즌부터 2019~20시즌까지 11시즌 연속 ‘블로퀸’에 올랐다. 그러면서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수치에 연연하지 말고 내가 하는 배구 자체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잘하든 못하든 어떤 상황이든 마음을 넓게 갖고 여유를 갖기로 마음을 달리 먹었다”라고 했다.
8일 현재 현대건설은 승점 69로, 흥국생명(승점 73)에 이어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개막 15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해 압도적인 리그 선두를 질주했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 등으로 연패가 이어지며 결국 흥국생명에 역전을 허용했다. 정규시즌 3경기를 남겨 놓은 향후 일정도 현대건설의 막판 뒤집기에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양효진은 “우승을 놓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올해는 우승하고 싶었다”며 패배가 이어졌던 상황을 아쉬워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지난 2019~20, 2021~22시즌 모두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리그 1위’를 달성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리그가 조기 종료하면서 ‘정규리그 우승’ 타이틀은 얻지 못했고 챔피언결정전도 치르지 못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의 길은 여러 갈래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하는 방법이 가장 유리하지만, 플레이오프를 거쳐도 우승의 길은 열려 있다. 양효진은 “다이렉트로 가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돌아가더라도 도착지로 가기만 하면 된다”라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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