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23.4% 득표... 김기현 이어 2위
'윤심' 못 넘었지만 보수 정체성 각인
안철수 후보가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다만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보수 정체성'을 당원들에게 각인시키며 차기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후보는 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23.37%를 득표, 2위를 차지했다. 당초 목표였던 '결선투표 진출을 통한 역전' 시나리오는 무산됐지만 상당수 국민의힘 당원들의 표심을 얻는 성과를 거뒀다. 이준석 전 대표의 지원을 받은 천하람 후보가 공언했던 '실버크로스(2, 3위 역전)'도 허용하지 않았다.
안 후보는 전대 종료 후 페이스북에 "당원들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당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썼다. 그는 김기현 후보의 과반 득표가 발표되는 순간,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청하며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에 뿌리를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당내 우군이 마땅치 않아 이번 전대를 사실상 '단기필마'로 치렀다.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조직력보다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앞세워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를 이끌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전대 레이스 도중 안 후보 개별 일정에 참석한 현역의원은 비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서병수 의원과 국민의당 시절부터 함께한 이태규 의원 정도였다. 김 신임 대표가 친윤계 현역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나경원 전 의원 등과 적극 연대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비록 당권 도전에 실패했지만 국민의힘 차기 대권주자라는 인식은 당 안팎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안 후보는 전대 기간 친윤계의 정체성 공세에 대해 "나는 건강한 보수주의자"라고 맞받았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바닥 당심에는 당의 개혁을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음을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다만 안 후보가 '친윤 후보'를 자처했는데도 당 주류인 친윤계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대통령실과 갈등만 불거진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안 후보의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 표현에 과민 반응을 보이면서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이라는 표현을 언론에 흘렸다. 안 후보도 대통령실 행정관의 전대 개입 의혹과 관련해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고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에 안 후보는 곧장 대통령실과 관계회복에 나설지 아니면 적정 거리를 두면서 향후 여권이 어려울 때 재등판을 모색할지를 두고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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