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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년, 한국 정부 무관심 개탄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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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년, 한국 정부 무관심 개탄스러워"

입력
2023.03.08 20:00
수정
2023.03.08 21:4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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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2세 오충공 다큐 감독
40년간 조선인 학살 주제 천착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자 선정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재일동포 2세 오충공 감독이 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학살 당시 참상을 설명하고 있다. 김표향 기자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재일동포 2세 오충공 감독이 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학살 당시 참상을 설명하고 있다. 김표향 기자

“일본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이 올해로 100년이 됐지만 해결된 건 없습니다. 일본은 물론 역대 모든 한국 정부가 진실을 외면한 탓입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재일동포 2세 오충공(68) 감독은 감정에 북받친 듯 잠시 숨을 골랐다. 그에게 100년 전 비극은 살아 있는 역사다. 20대 영화학도가 백발이 성성한 노감독이 될 때까지 단 한순간도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은 이유다. 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마주한 오 감독은 “100년이 아니라 101년, 102년이 지나도 진상 규명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감독은 재일조선인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고 역사적 진실을 알리는 데 기여한 공로로 올해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1970년대 유신 독재에 맞서 싸운 지학순(1921~1993) 주교를 기리기 위해 1997년 제정됐다. 매년 인권과 평화 확산에 힘쓴 활동가와 단체에 상을 수여한다.

오 감독은 25세 때 세계적 영화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아래서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후 영화 인생 전부를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에 매달렸다. 1983년 발표한 첫 영화 ‘감춰진 손톱 자국’과 1986년 두 번째 영화 ‘불하된 조선인’은 학살 목격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아내 일본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며 무차별 학살된 조선인은 6,000명이 넘는다.

최근에는 희생자 유족을 찾아 일본 측 명부와 기록을 재조사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10여 년에 걸친 이 과정은 ‘1923 제노사이드, 100년의 침묵, 역사부정’이라는 작품으로 만들어져 올해 공개될 예정이다. 오 감독은 “간토 대학살은 재일조선인만의 역사가 아닌 한국의 역사”라며 “점점 흐릿해지는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 행태도 거침없이 비판했다. 오 감독은 “일본은 조선인 학살뿐 아니라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까지 ‘역사 수정’도 아닌 ‘역사 부정’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역사를 바로 알자는 목소리를 반일로 매도해선 안 된다”고 개탄했다.

그는 힘에 부칠 때마다 희생자 유족들을 떠올린다. “고작 영화 세 편밖에 만들지 못해 무거운 사명감을 느낍니다. 제 영화가 진실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면, 죽을 때까지 주어진 책무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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