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도 김만배 권유에 1억2000만원 시주
검찰, 순수 기부인지 돈세탁 용도인지 조사
金 "이재명 재선 도우려 종교단체에 돈 건네"
"2억3000만원 받아와 2억은 개인적으로 써"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경기도의 한 사찰에 17억 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김씨가 순수하게 기부한 것인지, 자금세탁 용도로 빼돌린 것인지 살펴보고 있다.
9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김만배씨는 2019년 4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여주시의 한 사찰에 16억6,5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대장동 사업으로 화천대유 등에 배당금이 나온 직후부터 대장동 비리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2년 6개월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돈을 기부했다. 자금 출처는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호였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김씨를 상대로 거액을 특정 사찰에 건넨 경위를 추궁했다. 돈세탁을 위해 사찰을 활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화천대유가 (대장동 민간사업) 공모에 당선된 뒤 OO스님(주지)이 사업을 위해 기도해 주고 제를 지내줬다"며 "스님 덕분에 사고가 없던 것 같아 감사한 마음에 기부했다"고 답했다. 불교 신자인 김씨는 대학 동문인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의 소개로 주지와 인연을 맺었다고 했다.
화천대유가 설립된 2015년 2월부터 2021년까지 7년간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기부금 총액은 10억5,000만 원이었다. 천화동인 1호 기부금은 2020년 2억 원과 2021년 5억2,000만 원으로, 화천대유와 합하면 17억7,000만 원에 달했다. 대부분의 기부금이 해당 사찰로 건너간 것으로 해석된다. 김씨는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정영학 회계사에게도 1억2,000만 원을 해당 사찰에 시주하도록 했다.
'정영학 녹취록'에도 김씨가 사찰 기부와 관련해 언급한 내용이 있다. 김씨는 2020년 7월 6일 정 회계사에게 "스님한테 (내가) 그랬어. 화천대유 것도, 통장에 있는 것도, OO사(시주받은 절)에 있는 것도 내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가 해당 발언의 취지를 캐묻자, 김씨는 "당시 (친분 있는) 스님과 대화하며 호기롭게 말한 것"이라고 했다.
사찰 관계자는 한국일보 기자와 만나 "(사찰) 법인 계좌로 받은 것이고 달리 특별한 게 없다"고 밝혔다. 김만배씨 부탁으로 대장동 사업 무사고 기원제를 1년에 서너 차례 열자, 김씨가 감사의 뜻으로 시주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선의로 기부한 것인지, 차명으로 보관하기 위한 것인지, 자금 성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특정 종교단체를 선거에 동원하려고 돈으로 성의를 표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김씨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2014년 지방선거 2주 전쯤 종교인 2명에게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몰아서 표를 찍어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성남시 분당구 소재 한식집 야외 주차장에서 쇼핑백으로 감싼 5만 원권 2,000만~3,000만 원을 종교단체 간부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신도 3만여 명을 거느린 종교단체의 조직력을 활용하면 이 시장 재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검찰 조사에서 "김씨가 2억3,000만 원을 종교단체에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고, 남욱 변호사는 법정에서 "1억8,000만 원을 줬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러나 검찰에서 "부끄럽지만 2억 원은 개인적으로 썼다"고 밝혔다. 김씨는 대학 동문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2012년 국회의원 선거 때도 선거 지원을 부탁하면서 해당 간부에게 500만 원 정도를 줬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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