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적금'으로 저축 습관 기르고
용돈 관리는 '내 카드'로 스마트하게
눈높이 맞는 펀드로 투자 교육까지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를 아시나요? 10년 넘게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킬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어린이 경제동화죠. 감명 깊게 읽었던 기억에 최근 조카와 함께 다시 찾아봤는데 돈에 대한 개념과 돈을 다루는 방법이 제대로 담겨 있더라고요.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 키라는 새 집으로 이사한 후 빚에 허덕이는 부모님을 보며 안타까워하던 중 상처 입은 개를 만나요. ‘머니’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정성껏 돌보죠. 그런데 알고 보니 머니는 사람과 소통이 가능할 뿐 아니라, 경제상식도 풍부했어요. 머니의 도움을 받아 키라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고, 저축과 펀드, 주식 등 방법으로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큰돈을 모으게 됩니다.
책을 덮은 초등학생 조카의 눈이 자신감으로 반짝였습니다. “나도 키라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아!”라면서요. 경제부 기자인 이모가 가만히 있을 수 없죠. 모처럼 세운 새 학기 결심이 결심에 그치지 않도록, ‘통(장)・카(드)・펀(드)’으로 경제 조기교육을 시켜주려 합니다.
초급: 저축은 습관!
우선 저축 습관부터 길러주는 게 좋겠죠. 대부분 은행에서 어린이 전용 적금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부모 신분증과 자녀 명의 각종 증명서를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일반 적금보다 금리도 쏠쏠해요. 자기 이름으로 된 통장에 용돈의 얼마씩 저금하면서 키라처럼 황금알(이자)을 낳는 거위(목돈)를 직접 만들어 보라고 적금통장의 ‘통’을 따왔어요.
대표적으로 4대 은행 상품을 금리 순으로 살펴볼게요. 신한은행의 ‘신한 My 주니어 적금’은 기본금리 연 3.45%에 최고 연 1%포인트 우대금리를 얹어주고 있어요. 청약통장을 보유하고 있거나 6회 이상 자동이체 등 조건을 만족하면 돼요. 분기별로 최대 1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입출금통장을 만들면 DB손해보험의 프로미고객사랑보험 무료 가입 혜택도 줍니다.
어린이 전용다운 맞춤형 우대 조건도 눈길을 끄네요. 기본금리가 연 3.2%인 우리은행 ‘우리 아이행복 적금2’의 경우 경찰청 지문사전등록 신고증을 제출하면 1.0%포인트, 우리은행 통장 자동이체 시 0.2%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한대요. 19세까지 자동 재예치되는 하나은행 ‘아이 꿈하나 적금’은 14세까지 등록한 희망대학에 실제 입학하면 연 2%포인트 특별금리를 줍니다. 초・중・고 입학 등 특별한 해마다 기본금리 연 2.95%에 0.3%포인트 우대금리를 추가 적용하고요.
KB국민은행의 ‘KB 영 유스 적금’ 역시 입학・졸업 시기 0.5%포인트 우대금리를 주고, 경찰청 지문등록(0.1%포인트) 우대이율을 적용해요. 연 1.3%포인트 우대금리를 최대로 받으면 최종 이율이 3.65%까지 올라갑니다. 보험 무료 가입 혜택도 있어요. 어린이 마케팅은 ①실제 거래 대상인 부모 고객에게 만족감을 주고 ②미래 잠재고객을 확보하는 ‘록인(자물쇠)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도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게 시중은행 관계자 설명입니다.
중급: 소비도 스마트하게
돈을 모으는 것만큼 중요한 게 어떻게 쓰느냐인데요. 예전엔 아이들에게 손으로 ‘용돈기입장’을 작성하게 하면서 계획적인 소비를 유도했지만, 해 본 분들은 아시죠? 꾸준히, 꼼꼼하게 쓰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그래서 요즘 10대들은 현금이 아닌 ‘카드’로 결제하고, 애플리케이션(앱)에 자동으로 기록되는 소비 내역과 잔액을 보며 용돈을 관리합니다. 엄카(엄마 카드), 아카(아빠 카드)가 아닌 내 이름으로 된 내 카드를 쓰는 거예요.
최근 몇 년 사이 아이들도 카드 만들기가 쉽고 편리해졌어요. 2020년 10월 출시된 카카오뱅크 mini(미니)가 선두주자로 꼽히죠. 미니는 일종의 가상계좌고, 이와 연결해 미니카드를 만들 수 있어요. 14~18세 청소년이면 구비서류 없이 휴대폰만으로 가입할 수 있답니다. 선불충전금액 안에서 온・오프라인 결제와 카카오톡 간편 이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용까지 가능해요. 카카오뱅크 26주 적금과 비슷한 ‘미니 26일 저금’으로 하루 500~2,000원씩 돈을 모아 보너스 캐시백도 받아볼 수 있고요. 단, 미니 보관금액 한도는 50만 원으로 제한됩니다.
두드러지는 혜택이 있는 상품은 아니지만, 어른들만 이용할 수 있었던 인터넷전문은행 사용자환경(UI)과 기본적인 금융 거래를 미리 경험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가입자 수는 약 161만 명으로, 청소년 인구(232만 명)의 69%나 된다고 해요. 중・고생 10명 중 7명은 미니를 사용하고 있다는 거죠. 주 사용처는 예상대로 편의점이 가장 많았는데요, 이에 맞춰 종종 '삼각김밥 할인' 등 이벤트도 해요.
다른 금융회사도 청소년 전용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속속 내놓으면서 아이들의 선택권은 넓어지고 있습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2월 14~18세를 위한 ‘하이틴(Hi teen)’을 출시했는데, 후발 주자인 만큼 결제 캐시백 혜택을 앞세워 청소년 고객을 모으고 있어요. 문턱도 낮아지는 추세예요. 토스는 7세부터 발급받을 수 있는 선불카드인 ‘토스 유스카드’를 운영하고 있고, 카카오뱅크 관계자에 따르면 미니 역시 가입 연령을 낮춰 고객층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래요.
심화: 어린이펀드로 투자 맛보기?
아이들이 저축 습관과 소비 계획, 기본적인 금융 거래에 익숙해졌다면 심화 과정으로 투자도 체험해볼까요? 1999년 출시돼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는 ‘어린이펀드’가 괜찮은 수단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책에도 “펀드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 5~10년 동안 돈을 맡겨 놓으면 좋은 이윤을 가져다주고 매우 쉽다”는 구절이 나오거든요.
주식시장 침체기였던 최근 2년간은 어린이펀드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피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올해 들어 다시 반등하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22개 어린이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7.96%로 전체 테마형 펀드 46가지 중 12번째로 높았어요. 어린이펀드라고 구성 자체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성년까지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하는 만큼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등 대형 우량주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에 주로 투자가 이뤄집니다.
사실 펀드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어린이를 위한 운용사들의 세심한 서비스가 장점으로 꼽혀요. 자녀 눈높이에 맞게 알록달록 귀엽고 쉽게 쓰인 자산운용보고서를 보면서 내 펀드가 어디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시장 상황은 어떤지 공부할 수 있거든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까지는 금융 교육이나 해외 대학 탐방, 영어 캠프, 진로 면담 등 가입자 대상 별도 프로그램도 활발했다고 합니다. 일상 회복이 본격화한 올해부터 조금씩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요.
'착한아이예쁜아이 펀드'를 판매 중인 삼성증권 관계자에게 궁금한 점을 몇 가지 더 물어봤어요.
-어린이펀드, 지금 가입해도 괜찮나요?
“어린이펀드는 주식시장의 장기적 상승을 기대하며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단기적 시황이나 타이밍보다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국가나 기업을 고르는 게 더 중요해요. 시장의 바닥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만큼 적립식으로 투자해 시기를 분산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럼 몇 살에 가입하는 게 좋나요?
“18세 미만 자녀 명의 펀드 계좌에는 10년마다 2,000만 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어요. 또 펀드 운용으로 발생한 수익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아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가입 시기는 이를수록 유리하죠.”
-유의할 점이 있다면요?
“어린이펀드도 투자형 상품인 만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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