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을 다룬 어제 국회 교육위원회 현장질의에는 아들 정씨가 다녔던 학교의 책임자들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규정대로 했다” “개인정보라 공개할 수 없다” 식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피해자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는데 가해자는 사과 한번 없이 보란 듯 대학까지 간 부조리한 현실에 교육 일선에서는 도의적 책임조차 느끼지 않으니 이게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인가 싶다.
정씨가 전학 간 반포고는 강제 전학 처분 기록을 졸업과 동시에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포고 교장은 “학교폭력자치위원회 만장일치 결정이었으며 법에 따른 조치였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기록 삭제를 위해서는 피해자와의 화해가 전제돼야 하는데 객관적 자료가 있느냐는 의원들의 추궁에 “회의록은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다.
애초 학폭이 발생한 민사고의 교장은 정씨가 피해자에게 ‘빨갱이’ 등 인식공격성 혐오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그런 용어들을 쓰는 건 아이들의 자유다” “너무나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다”라고 답했다. 인권의식이 결여된 저급한 교육관은 몹시 충격적이다. 피해 학생이 가해자와 분리 조치 없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들었던 것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강제 전학 조치를 했으니 할 만큼 했다는 것이다.
정씨가 학폭 징계에도 대학에 진학한 것에 대해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감점을 했다”고만 했다. 정확한 감점 정도나 평가 기준 등 세부 지표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고, 심지어 정씨의 서울대 재학 여부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날 현장질의는 교육 현장에서 학폭 처리가 제대로 됐는지 투명한 검증이 절실함을 보여준다. 개인정보보호 뒤에 숨어서 검증 자체를 막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되어선 안 될 것이다. 이 모든 절차가 정당한 것이었는지 피해자가 수긍할 수 있어야지 않겠나. 피해 학생의 아픔을 보듬기보다 규정대로만 하면 된다는 기계적인 인식에 대한 교육계의 뼈저린 자성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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