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2021년 8월 이후 10차례에 걸쳐 3%포인트 인상된 데 따른 성장률 둔화가 올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쳐, 국내총생산(GDP)을 1.4%포인트나 끌어내리게 될 것이라고 한국은행이 9일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리를 동결했다.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 불안이 이어지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도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경기 침체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다행히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내려왔고, 국제 에너지 가격 등도 안정을 찾아가면서 물가 경로가 한국은행의 기대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달 하순 미국이 금리를 0.5%포인트 인상(빅스텝)한다면 기준금리가 최고 5.25%가 돼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파월 의장 발언 이후 달러 가치가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결국 한은은 이날 “한미 간 기준금리 차가 원·달러 환율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3월 미국 기준금리 결정과 국내 물가 등을 고려해 4월 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보다도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원화가치가 안정되지 않으면, 수입 물가 상승으로 물가 불안도 커지게 된다. 자칫 경기 침체, 고금리, 고물가의 ‘3대 악재’가 동시에 터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이와 함께 주택 가격 추가 하락도 이어지고, 전셋값도 동반 하락하면서 세입자 임대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부동산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 관련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지는 만큼 사전 대응할 필요도 크다. 부채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가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서민 형편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사회안전망도 촘촘히 구축해 위기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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