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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에서 나무를 심는 이유

입력
2023.03.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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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게임 개발하는 스타트업 머스트게임즈 체험기 1회

머스트게임즈의 ‘플랜트월드’는 환경 보호를 둘러싼 국제 현실을 반영한 모바일 게임이다. 박세인 인턴기자

머스트게임즈의 ‘플랜트월드’는 환경 보호를 둘러싼 국제 현실을 반영한 모바일 게임이다. 박세인 인턴기자

이번에 H가 방문한 신생기업(스타트업) 머스트게임즈는 게임 개발사입니다. 그런데 이 업체는 좀 독특한 게임을 만듭니다.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친환경 게임을 개발합니다. 한마디로 착한 게임이죠.

강백주 대표가 착한 게임을 만든 이유는 게임의 힘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교육하는 도구로서 게임은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구의 환경보호를 위해 게임을 활용하는 것이죠.”

이렇게 개발한 게임이 지난해 4월 22일 지구의 날에 맞춰 출시한 '마이 그린 플레이스'입니다. 이 게임은 플라스틱 분리배출을 다룬 휴대기기(모바일)용 게임입니다. 환경 오염으로 황폐해진 땅을 요정들이 가꾸고 정화해 나가는 내용입니다. 이를 위해 게임 속 환경을 다채롭게 꾸밀 수 있도록 게임 속에서 포인트를 얻어 게임 환경을 바꿀 수 있는 나무나 잔디 등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강 대표는 자연물을 구매하는 포인트 획득 방법을 일반 게임들과 다르게 구현했습니다. "다른 게임들은 현금을 주고 아이템을 사죠. 이 게임은 과자 포장지나 음료수 용기 등에 표시된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포인트를 얻을 수 있어요. 바코드를 촬영하면 해당 제품의 분리배출 방법과 환경 인증 정보, 재활용 편리성 등을 보여줘 이용자들이 관련 정보를 쉽게 알 수 있죠."

머스트게임즈가 개발한 게임 ‘마이그린플레이스’는 제품 바코드를 찍으면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알려준다. 박세인 인턴기자

머스트게임즈가 개발한 게임 ‘마이그린플레이스’는 제품 바코드를 찍으면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알려준다. 박세인 인턴기자

지난해 식목일에 출시한 '플랜트 월드'는 탄소 중립을 다룬 모바일용 모의(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이용자가 가상의 국제 기후 협의회 의장이 돼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와 환경 캠페인을 기획하는 게임입니다. 주로 정복을 위해 전쟁을 벌이는 다른 시뮬레이션 게임들과 다르죠.

3일간 플랜트 월드의 개선점을 파악하기 위해 게임을 해보니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평소 '꿈의 집'처럼 쉽고 단순한 모바일 퍼즐 게임만 주로 해봐서 그런지 모든 국가를 상대로 협의회를 이끌어가는 시뮬레이션 게임은 조작하고 관리해야 할 것들이 훨씬 많아 어려웠습니다.

게임에서 목표로 제시하는 전 세계 일일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틈틈이 국가들과 협정을 체결하고 캠페인을 진행해야 합니다. 또 각국의 경제 개발을 위해 전기통신, 석유화학 공장도 잊지 않고 가동해야죠. 하지만 개발에만 집중하면 탄소배출이 늘어나 해수면 상승으로 도시가 물에 잠겨버립니다. 이런 불상사를 막으려면 석유화학을 연구하면서 동시에 재활용 캠페인을 실행하는 등 적절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게임을 해보면 현실에서 환경을 둘러싼 갈등을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가 환경 관련 협의회에 참여하면 그 나라의 기업들이 재료나 제조 방식을 친환경으로 바꾸는데 돈이 들기 때문에 정부에 협의회를 탈퇴하라고 압박합니다. 이를 막으려면 협의회 차원에서 재원을 지원해야 하죠. 이처럼 실제 일어나는 국제 상황이 그대로 반영돼 실감납니다.

그만큼 시사점이 큰 이 게임은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2021 기능성게임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돼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또 친환경이라는 소재를 다뤄 출시 당시 언론의 주목과 국제기구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머스트게임즈는 이용자들이 씨앗을 구매하며 지불한 현금을 아시아산림협력기구(아포코)에 전달해 중앙아시아 조림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머스트게임즈 제공

머스트게임즈는 이용자들이 씨앗을 구매하며 지불한 현금을 아시아산림협력기구(아포코)에 전달해 중앙아시아 조림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머스트게임즈 제공

최원석 머스트게임즈 사업팀장에 따르면 아시아산림협력기구(아포코, AFoCO)의 배기강 전문관으로부터 협업 요청도 받았습니다. 아포코는 전 세계 산림 보존과 확대를 위해 국가 간 협력을 추진하는 한국 주도의 국제기구입니다.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가 산림 관리예요. 즉 나무를 심는 것이죠. 이를 알리기 위해 플랜트 월드 게임에 수목원 페이지를 만들어 씨앗을 구매할 수 있게 했어요. 이용자들이 현금으로 씨앗을 구매하면 게임이 빠르게 진행돼요. 머스트게임즈는 씨앗 판매로 번 돈을 아포코에 전달해요. 아포코는 이 돈으로 카자흐스탄과 캄보디아 등 중앙아시아 조림 사업에 사용하죠."

아포코는 머스트게임즈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캄보디아에 나무가 필요한 지역을 찾아 멸종위기 나무 달버지아 코친시네시스를 심었습니다. 이 나무는 옛날부터 중국 부자들이 고급 가구를 만들려고 벌목해 멸종 위기 상태입니다. 현재 캄보디아에 500여 그루만 남았죠. 아포코가 새로 심은 나무 앞에 플랜트 월드의 이용자 아이디를 적은 팻말을 꽂습니다.

강 대표는 게임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기후 위기를 알 수 있게 하려고 이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게임을 오로지 교육 수단으로만 쓰면 지루해요. 일단 게임은 즐거워야 해요. 게임을 재미있게 하면서 동시에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환경 보호를 위한 행동들을 실천하게 만들어야죠. 이런 방식을 우리는 변화를 위한 놀이(play for change)라고 불러요."

비단 이용자들의 생각만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게임 개발자들 역시 게임을 만들면서 환경위기에 대해 많이 배웁니다. 한태경 게임 프로듀서는 그동안 환경보호를 위해 쓰레기 분리 배출을 철저히 지키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했으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개인적으로 환경 보호를 위해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고 다회용기를 많이 쓰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게임 개발을 위해 자료 조사를 하면서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알게 되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죠."

요즘 이 업체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또 다른 게임을 준비 중입니다. 다음 달 22일 지구의 날에 맞춰 출시하려고 멸종위기동물을 구하는 'NFA'라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사자가 멸종위기 동물이라는 것을 아세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동물 중에 멸종위기 종이 많아요. 이런 사실을 게임에 담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H(박세인 인턴기자)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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